한일, 유사시 항공유 등 석유제품 상호 공급 검토… 정상회담서 공동문서

  • 요미우리 "석유제품 상호 공급 논의"… 닛케이 "원유 공동비축도 협력"

  • 아사히 "방위협력은 온도차"… ACSA 체결엔 한국 신중

지난 1월 일본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AP연합뉴스
지난 1월 일본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AP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경북 안동에서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협력 강화를 주요 의제로 논의할 전망이다. 중동 정세 악화로 원유와 석유제품 공급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양 정상은 유사시 항공유 등 석유제품을 상호 공급하는 협력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양국 정부와 에너지 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마련하고, 정부 간 산업·통상 정책 대화도 신설하는 방안이 조율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한일 양국 정부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에너지 안보 협력 등을 담은 공동문서 발표를 최종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서는 '공동 보도자료' 형식으로 발표될 가능성이 크며,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강화를 위한 협력 방안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양국은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만큼, 위기 시 원유와 항공유 등 석유제품을 서로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위기에 대비해 공급 협력 체계를 미리 갖추자는 것이다.

요미우리는 한국산 연료유 수출의 약 10%가 일본으로 향하는 만큼, 위기 상황에서 불필요한 수출 제한을 피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위기 상황에서도 불필요한 수출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요미우리에 말했다.


액화천연가스(LNG) 분야 협력도 공동문서에 포함될 전망이다. 일본은 세계 2위, 한국은 세계 3위 LNG 수입국으로, 양국은 공급망 안정과 비상시 물량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중동 정세 장기화에 따른 가격 상승과 수송로 불안에 함께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닛케이는 양국 정상이 원유 조달과 비축 분야의 협력 체제 구축에 합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이 4월 제창한 총 100억 달러(약 15조원) 규모의 에너지 금융 지원 구상 '파워아시아'를 활용해 동남아 국가의 에너지 안보를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를 통해 역내 공급망 안정과 한일의 존재감 확대를 노린다는 것이다.

에너지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정부 간 채널도 새로 마련된다. 요미우리는 일본 경제산업성과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위 당국자가 참여하는 '산업·통상 정책 대화'가 신설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대화체에서는 석유 제품과 LNG, 원유 조달, 수송, 공급망 강화 방안 등이 폭넓게 논의될 전망이다.
 

미중 관계 등 안보 문제도 주요 안건 


양국 정상은 에너지 문제 외에도 미중 관계와 동아시아 안보 환경에 대해 의견을 나눌 전망이다. 닛케이는 두 정상이 14~15일 베이징에서 열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 결과를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미중 정상회담 후 각각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회담 내용을 전해 들은 바 있다. 중동 정세 악화로 미국의 아시아 관여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와 미중 접근이 동아시아 안보에 미칠 파장도 한일 협력의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방위협력에서는 온도차도 남아 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이 지난 7일 열린 첫 한일 외교·국방 차관급 협의, 이른바 2+2 회의에서 자위대와 한국군 간 연료·물자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을 제안했지만, 한국 측이 난색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식민지 지배의 역사적 경험 때문에 한국 내에서 자위대와의 협력 확대에 대한 반발이 여전히 크다는 것이다.

반면 방위 교류는 일부 복원되고 있다. 아사히는 해상자위대와 한국 해군이 6월 초 수색·구난 공동훈련(SAREX)을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재개한다고 전했다. 2018년 화기관제 레이더 조준 문제로 냉각된 한일 방위협력이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일본 내에서 나온다.

이번 회담은 대형 현안의 일괄 타결보다는 에너지·공급망·안보 분야에서 실질 협력의 범위를 넓히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중동 정세 불안과 미중 접근 가능성, 중국을 둘러싼 경제안보 리스크가 동시에 커지는 상황에서 한일 양국이 과거사와 안보 협력에 남은 온도차를 관리하면서도 실리 중심의 협력 틀을 넓히려는 움직임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