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피지컬 인공지능(AI) 굴기 속에서 한국이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기존에 보유한 산업적 자산을 피지컬 AI 기술 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경쟁력 있는 제조 기반 테스트 베드를 활용해 실증과 상용화에서 앞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중국은 높은 인건비와 저출산 등으로 인한 제조업 경쟁력 약화를 막기 위해 피지컬 AI 가능성에 주목하고 관련 기술 개발·상용화에 국가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비즈니스와 미국 넥시스렉시스 등 분석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피지컬 AI 경쟁력은 미국·중국 등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3위로 추정된다. 상용화 가능한 독자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을 보유했고 산업용 로봇 경쟁력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미·중 양국처럼 방대한 피지컬 AI 플랫폼을 갖추지 못했고 압도적인 산업용 로봇 경쟁력을 보유한 일본의 맹추격을 받고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미국은 엔비디아·테슬라·피겨AI·아마존 등 빅테크를 중심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가운데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언어모델(LLM) 기반 AI 시장에 대응하던 기업도 지난해부터 피지컬 AI와 로봇 연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바이두·화웨이·텐센트 등이 지난해 전 세계 피지컬 AI 특허 출원 1~3위를 나란히 기록한 가운데 유니트리·애지봇·유비테크 등 스타트업이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상용화하며 산업 생태계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은 보스턴다이내믹스(현대차)를 필두로 레인보우로보틱스(삼성전자), LG전자(LG AI연구원), HD현대로보틱스, 한화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등이 피지컬 AI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쌓아 나가는 중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피지컬 AI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피지컬 AI의 종류를 △휴머노이드 △자율주행차 △드론 △AGV&AMR(협동 로봇&이동 로봇) 등 네 가지로 분류했다. 이 가운데 휴머노이드는 로봇 전용 공간이 필요한 다른 피지컬 AI와 달리 직접 노동 현장에 투입돼 인간과 함께 일하거나 인간 대신 일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모건스탠리는 피지컬 AI 기반 휴머노이드가 제조·물류를 넘어 서비스와 가정 등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관련 시장이 연평균 63% 성장해 2035년 380억 달러(약 57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SPRi와 한국지능정보원 등은 한국이 피지컬 AI 산업에서 미국·중국 등 선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잠재력을 갖춘 것으로 봤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공장이 밀집돼 있어 현장의 방대하고 정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정제해 로봇 학습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활용한 무인 공장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이 정도 단계에 이른 기업은 현대차와 테슬라가 유이하다.
화이트칼라 대체를 위해 고도의 지성이 필요한 생성형 AI 기반 언어모델과 달리 피지컬 AI는 현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한 인지 AI 기술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핵심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고도화된 센서 기술이다. LG그룹은 LG전자·LG이노텍·LG CNS 등이 원팀을 이뤄 피지컬 AI용 센서 기술 확보에 그룹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카메라와 라이다(LiDAR) 센서를 로봇에 탑재하고 이를 분석해 AI가 최적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휴머노이드가 인간과 유사한 정밀한 움직임을 구현하려면 대량의 서보모터 탑재가 필수적이다. 서보모터란 AI 명령에 맞춰 정밀한 위치, 속도, 가속도 제어가 가능한 초정밀 모터를 말한다. 일본 소재·부품·장비 업체가 주도하는 분야이지만 국내에서도 LS일렉트로닉스를 필두로 다수의 기업이 관련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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