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습기 없이 쨍한 초여름의 햇살이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광장 위로 눈부시게 쏟아지던 16일. 평화로운 주말의 한강변에 난데없이 진한 커리와 탄두리 치킨, 마살라의 이국적인 향기가 피어올랐다. 나무 그늘 아래마다 팝업텐트와 돗자리를 챙겨 온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향신료가 듬뿍 담긴 음식을 나누며 한가로운 낮잠과 담소를 즐겼다. 눈을 돌리면 형형색색의 인도 전통 의상 사리(Sari)를 입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경쾌한 음악이 바람을 타고 흐른다. 이곳은 하루 동안 완벽한 ‘작은 인도(Mini India)’로 변신한 제1회 ‘인디아 데이(India Day)’ 축제 현장이다.
주한인도대사관과 주한인도문화원이 주최한 이번 대규모 야외 축제는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이는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 국빈방문 기간 중, 양국 정상이 합의한 '교류 확대'의 일환으로 한국 내 행사 개최 지원에 뜻을 모은 생생한 결과물이다. 대한민국과 인도 간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단단히 다지려는 양국의 지속적인 노력이 한강의 푸른 잔디 위에서 문화라는 부드러운 언어로 피어난 것이다.
이날 행사장에는 1500명 이상의 다국적 방문객이 몰려들며 성황을 이뤘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인도의 28개 주와 8개 연방직할지의 특색을 담은 '다양성 속의 통합'이 펼쳐졌다. 라자스탄 지역의 대리석 공예품부터 카슈미르 출신 장인이 직접 현장에서 시연하는 파시미나 숄 수직기 직조 과정, 1지역 1특산물 전시까지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킨 인도의 손길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인도 커피 위원회가 소개한 5종의 GI 인증 아라비카 커피와 케랄라 커리 등 인도 해산물수출개발청(MPEDA)의 다채로운 농수산물 전시도 미각을 자극했다. 길게 줄을 선 푸드트럭 앞에서는 다양한 지역별 길거리 음식을 맛보려는 이들의 설렘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문화는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허무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강서구에서 온 박남석씨(40)는 아들의 인도인 친구 스와프란의 가족으로부터 초대를 받아 두 가족이 함께 나들이를 나왔다. 박씨는 "첫해라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짜임새가 있어 아이들과 오기에 참 좋은 축제"라며 "난생 처음 인도 음식을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벵갈루루 출신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나이나씨(38)의 곁에는 미국인 친구들이 함께했다. 그녀는 "미국인 친구들에게 인도의 춤과 음식을 직접 느끼게 해주고 싶어 초대했다"며 "인도의 풍부한 문화와 미식을 보여줄 수 있어 자랑스럽고, 즐거워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보니 첫 행사임에도 대성공"이라고 기뻐했다.
오후의 열기가 무르익어갈 무렵, 무대에 오른 고랑랄 다스 주한 인도 대사의 축사는 현장에 모인 이들의 가슴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다스 대사는 "수천 년의 문명을 지켜본 인도의 갠지스강(Ganga)처럼, 한국의 회복과 변화를 지켜본 한강에서 두 위대한 이야기가 만났다"며, 오늘 하루 여의도 한강공원이 '한강가(Han Ganga) 파크'로 변모했음을 선언했다. 그는 한국어 "마음이 통한다"를 또렷하게 발음하며, "정치가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바로 문화의 힘"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곽영길 아주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은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이자 AI 시대를 이끄는 역동적인 국가"라며 "이제 양국은 문화를 넘어 AI, 반도체, 콘텐츠, 청년 교류의 시대를 함께 열어가고 있다"고 미래 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이러한 '청년 교류'의 비전은 축제 현장에서 진행된 ‘한-인도 문화 혁신 공모전(에세이 및 비디오)’ 시상식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다스 대사는 AI영상 부문 대상 수상자인 김동희씨에게 직접 상패와 한국콘텐츠진흥원상을 수여하며 축하를 건넸다. 에세이 부문 대상은 'One Frame, Two Worlds'를 출품한 소날리 레이(Sonali Ray)씨에게 돌아갔다. 현재 인도에 체류 중인 그녀를 대신해 니시 칸트 싱 부대사가 무대에 올랐고, 임규진 아주뉴스코퍼레이션 사장이 환한 미소와 함께 대리 수상자에게 상패를 건넸다.
예술단의 우아한 오디시 무용과 RAAS 댄스 컴퍼니, 그리고 K-팝 그룹 블랙스완의 무대가 관객들의 가장 뜨거운 환호를 이끌어낸 뒤, 어느덧 한강 위로 붉은 노을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러나 축제의 진정한 피날레는 해가 진 직후부터였다. 행사의 막바지, DJ 파레쉬 문다데의 경쾌한 비트가 울려 퍼지자 국적도, 나이도, 언어도 다른 백여 명의 참가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 돗자리를 박차고 쏟아져 나왔다. 저무는 노을빛 아래서 한국인과 인도인,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온 이들이 한데 엉켜 흥겹게 춤을 추는 거대한 댄스파티가 벌어졌다.
다스 대사의 말처럼 노래에는 번역이 필요 없었고, 서로를 마주 보는 웃음에는 통역이 필요 없었다. 한강의 물결과 이국적인 커리의 내음, 그리고 흥겨운 발리우드 비트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5월 16일의 저녁. 그곳은 온전히 마음이 통(通)한 하나의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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