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이재용의 사과, 삼성 노사 정상화의 출발점 돼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총파업 예고를 앞두고 전 세계 고객과 국민에게 공개 사과했다.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렸다”는 발언과 “모두 제 탓”이라는 메시지는 삼성 노사 갈등이 더 이상 회사 내부 문제에 머물 수 없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은 고객사, 협력사, 주주,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외 출장을 마치고 급거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머리 숙여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외 출장을 마치고 급거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머리 숙여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사과는 의미가 있다. 총수가 직접 책임을 인정하고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경색된 노사 관계를 풀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노사는 18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차 사후조정을 재개하기로 했다. 사측 대표교섭위원도 교체됐고, 노조 역시 “신뢰 회복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함께 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화의 물꼬가 다시 트인 셈이다.



그러나 사과만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 산정 방식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보상 체계에 대한 불신, 소통 부족, 조직 문화의 전환 지연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랜 기간 무노조 경영 기조 아래 성장해 왔고, 이제는 노조가 존재하는 새로운 환경에 맞는 노사 관계 질서를 만들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



우선 성과급 기준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반도체 호황과 실적 개선의 과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는 기업 내부의 중요한 문제다. 성과급은 기업 경쟁력과 임직원 사기를 동시에 좌우한다. 산정 기준과 절차가 불명확하면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노사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고, 이를 제도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노조도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반도체 산업은 24시간 연속 공정이 핵심이다. 장기간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생산 차질과 고객 이탈, 글로벌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회사뿐 아니라 조합원에게도 장기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권리 요구는 정당하지만, 산업의 특수성과 국가경제에 미칠 파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정부와 중노위의 역할도 중요하다. 중재는 어느 한쪽을 압박하는 방식이 아니라 합리적 타협을 이끌어내는 방향이어야 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같은 국가 핵심 산업 기업의 노사 갈등은 사회적 비용이 크다. 법과 원칙을 지키되, 파국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조정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첨단산업이 성과 중심 보상과 집단 교섭 구조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묻는 시험대다. 과거 방식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전통 제조업식 대립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도 어렵다. 필요한 것은 첨단산업에 맞는 새로운 노사 모델이다.



이재용 회장의 사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말로 끝나는 사과가 아니라 제도와 문화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성과급 기준을 투명하게 만들고, 상시 대화 채널을 구축하며, 노사가 함께 회사의 장기 경쟁력을 고민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삼성은 한국 경제의 대표 기업이다. 그만큼 책임도 크다. 노사 모두 이번 사태를 힘겨루기의 장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 경쟁력을 지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과는 이미 나왔다. 이제는 대화와 제도로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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