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엔 폭행 정황…경찰은 뺐다' 포항 수사 논란

  • 검찰 보완수사 뒤 재송치…핵심 혐의 누락·법리 오판 지적

  • "초동 판단이 결론 좌우"…수사 단순화 관행 도마 위

박신종 포항북부경찰서장 사진포항북부경찰서 홈페이지 캡처
박신종 포항북부경찰서장 [사진=포항북부경찰서 홈페이지 캡처]

포항북부경찰서가 폭행 사건에 대해 핵심 혐의를 누락한 뒤, 엉뚱한 혐의를 적용해 혐의 없음 처리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검찰의 보완수사 지시 이후 사건이 다시 송치되면서, 초동 수사의 적정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21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해당 사건은 당초 포항북부경찰서 4팀(팀장 김전한) 소속 김병재 경사가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그러나 검찰이 보완수사를 지시한 뒤 재수사가 이뤄졌고, 최근 사건은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으로 송치됐다.

사건 당시 가해자는 제 3자와 대화를 하는 피해자에게 갑자기 끼어들어 일방적으로 욕설을 하며 위협적으로 접근했다. 특히, 피해자를 향해 빈 수박 박스를 발로 차는 등 물리적 행동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정황이 포항북부경찰서 4팀의 초기 수사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피해자는 최초 조사에서 “가해자가 욕설과 함께 위협적으로 다가오며 수박 박스를 찼다”고 진술했지만, 수사팀은 폭행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단순 재물손괴 혐의만 적용했다. 재물손괴 혐의는 ‘빈 박스를 발로 찬 행위’로만 한정해 판단한 뒤 '혐의 없음' 처리했다. 

피해자 측은 "초기 수사에서 가해자의 욕설 행위에 대한 목격자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 상인들로부터 가해자가 경찰의 판단이 나기도 전에 ‘혐의 없음으로 끝난다’는 취지로 말하고 다닌다고 말해줬다"며 "그럼에도 경찰이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으나, 정말 혐의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돼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김병재 경사는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수사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피해자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흐름은 김창민 감독 사건과 닮아 있다. 두 사건 모두 초동수사 단계에서 핵심 혐의가 누락되거나 축소 적용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창민 감독 사건에서 경찰은 수사 초기에 압수수색을 진행하지 않았다. 특히 범행 당시 상황이 담긴 식당 CC(폐쇄회로)TV를 확인했지만, 가해자의 말만 믿고 공범을 입건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결과, 가해자들이 범행 직후 “죽일 생각밖에 없었다”며 살해 의도를 드러낸 것과  “X나 웃긴 건 (경찰이) 둘이서 그랬다는 생각을 안한다”고 공범을 특정하지 못한 경찰 수사를 조롱하는 녹취가 드러났다. 

법조계는 초기 수사에서의 판단 오류가 이후 절차 전반을 제약한다며 사건 단순화 관행과 법리 검토 부족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사건 모두 초기 수사 단계에서의 판단이 결과적으로 수사 방향을 제약했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특히 이 같은 사례들을 두고 △사건을 단순화해 조기 종결하려는 경향 △폭행죄 성립 요건에 대한 법리 판단 미흡 △최소 혐의만 적용하는 관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임지석 법무법인 해율 대표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곧바로 징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초동수사 단계에서 어떤 혐의를 설정하고 수사 구조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사건의 결론이 사실상 좌우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수사 태만이나 중대한 법리 오판, 피해자 보호 의무 위반 등이 확인될 경우에는 징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3월 수사심의위원회 심의 신청은 171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6223건에 이어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연말 7000건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보완·재수사 지시 역시 2021년 80건에서 지난해 711건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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