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드럼 12.5만개 품는 거대한 콘크리트 박스…K-방폐장 가보니

  •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 세계 첫 단일부지 복합처분시설 구축

  • 2단계 준공으로 12.5만 드럼 추가 처분 가능

2단계 표층처분시설 사진최예지 기자
2단계 표층처분시설 [사진=최예지 기자]

"저게 지붕이 아닙니다. 크레인입니다."

지난 13일 찾은 경북 경주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멀리서 보면 거대한 공장 지붕처럼 보이는 철골 구조물이 콘크리트 처분고 위를 덮고 있었다. 하지만 아래에서 올려다본 구조물의 정체는 방사성폐기물 드럼을 옮기는 이동형 크레인 쉘터(MCS)였다. 비를 막는 지붕과 크레인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이 구조물은 이날 현장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다. 
 
◆동굴 이어 표층까지…세계 첫 복합 방폐장 구축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이날 2단계 표층처분시설 준공식을 열고 현장을 공개했다. 기존 1단계 동굴처분시설에 이어 저준위·극저준위 폐기물을 따로 처리할 수 있는 시설까지 구축하면서 세계 최초 단일부지 복합처분시설 체계를 완성했다. 

현장 한가운데에는 상부가 뚫린 거대한 콘크리트 박스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총 20개 처분고는 각각 200리터 드럼 약 6300개를 저장할 수 있는 규모다. 이번 2단계 표층처분시설 준공으로 12만5000드럼을 추가로 처분할 수 있게 됐다. 향후 추가 처분고를 설치할 수 있는 '퓨처 에어리어'까지 포함하면 최대 25만 드럼 규모로 확장 가능하다.  

처분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면서도 까다로웠다. 처분 대상 방폐물은 원전과 원자력연구원 등에서 예비검사를 거쳐 전용 용기에 담긴 채 육상·해상으로 운반된다. 해상 운송에는 방폐물 전용 운송선박 '청정누리호'가 투입된다. 청정누리호는 이중선체와 이중엔진 구조로 안전성을 확보했고 위치추적·자동충돌예방장치까지 갖췄다.

현장에 도착한 드럼은 인수·처분 검사를 통과해야만 처분고로 이동한다. 전용 트럭이 처분고 옆까지 진입하면 MCS 크레인이 드럼을 들어 올려 내부에 차곡차곡 쌓는다. 한 층을 채울 때마다 드럼 사이 빈 공간은 '그라우트'로 채워 넣는다. 쉽게 말해 묽은 시멘트 슬러리를 부어 드럼이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하는 작업이다. 

이경환 원자력환경공단 시공관리팀 팀장은 "드럼 사이 공극이 흔들리지 않도록 묽은 시멘트풀을 채우는 방식"이라며 "총 9단까지 처분한 뒤 상부 콘크리트 슬래브를 설치해 완전히 밀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처분고 밀봉이 끝난 후에도 처분덮개를 설치하고 주변 환경으로 방사선이 누출되지 않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2단계 표층처분시설 내부 전용 트럭과 크레인 모습 사진최예지 기자
2단계 표층처분시설 내부 전용 트럭과 크레인 모습 [사진=최예지 기자]
 
◆5중 차단·산불 대응…방폐장 안전성 높인다

현장에서 가장 자주 언급된 단어는 '물'이었다. 결국 방폐물 관리의 핵심은 물과 닿지 않게 하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표층처분시설은 방폐물 드럼부터 뒷채움재, 처분고, 콘크리트 덮개, 암반까지 총 5중 다중차단 구조로 설계됐다. 처분 중에는 이동형 크레인 쉘터 지붕이 빗물 유입을 막고, 처분 완료 뒤에는 상부 슬래브와 최종 덮개가 물과 폐기물의 접촉을 최소화한다. 

처분고 아래로는 지하점검로가 연결돼 있었다. 이곳에는 배수·공조·통신·조명 설비가 설치돼 있다. 침투수가 발생할 경우 이를 배수계통으로 빼내기 위한 구조다. 이 팀장은 "운영 종료 후에도 장기간 지하수와 주변 환경 방사선량을 지속 감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경북 지역 산불을 고려해 산불 대응 설비도 강화됐다. 처분고 주변에는 산불 확산 방지를 위한 수막(타워)설비도 갖춰져 있었다. 이 팀장은 "산불방호설비 설치와 시운전까지 모두 완료했다"며 "극한 재난 상황까지 고려해 운영 체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안전성 확보와 함께 향후 폐기물 증가에 대비한 준비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현재 연간 약 4000드럼 수준인 인수·처분량은 2030년 8000드럼, 2050년 1만2000드럼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 해체가 본격화하면 폐기물 발생량도 급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단은 이에 대비해 2031년 준공 목표의 3단계 매립형 처분시설도 추진 중이다. 극저준위 폐기물 16만 드럼을 추가로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다.

실제 2단계 표층처분시설에 대한 방폐물 반입은 올해 연말쯤 시작될 전망이다. 공단 측은 "운영 개시 신고 이후 검사 기간 등을 거쳐 이르면 11월부터 일부 방폐물을 2단계 시설에 처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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