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수출이 끌어올린 성장률…내수 체력 회복이 더 중요하다

한국 경제가 올해 1분기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694%로, 현재까지 속보치를 발표한 주요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았다. 지난해 4분기 역성장 수준까지 밀렸던 흐름을 감안하면 예상 밖의 반등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급증이 성장세를 견인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개선도 큰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 고유가와 공급망 불안 속에서도 한국 제조업 경쟁력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AI 산업 확산과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가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수출 증가가 성장률을 끌어올렸다는 것은 결국 한국 경제가 여전히 제조업과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낙관론보다 냉정한 현실 인식이다. 이번 성장률만 놓고 한국 경제가 본격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고 단정하기에는 불안 요인이 너무 많다. 실제 정부와 시장에서는 2분기 이후 성장세 둔화 가능성을 동시에 경고하고 있다. 1분기 성장 폭이 워낙 컸던 만큼 기저효과 부담이 커졌고,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해상 물류 불안 역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성장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핵심 산업이지만 동시에 변동성이 큰 산업이기도 하다. 특정 산업 호황이 국가 경제 전체를 끌어올리는 구조는 반대로 해당 산업이 흔들릴 경우 충격도 훨씬 커진다는 의미다. 실제 한국 경제는 과거에도 반도체 경기 사이클에 따라 성장률이 급등락을 반복해왔다. 지금처럼 반도체와 일부 IT 품목에 성장 동력이 집중되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경제 체질은 오히려 더 취약해질 수 있다.
 
내수 부진 역시 여전히 심각하다. 자영업과 건설 경기 침체는 길어지고 있고, 고금리 부담 속에서 소비 회복 속도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청년층 고용 상황도 충분히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 수출이 살아났다고 해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동시에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경제 현장에서는 “반도체만 좋은 경제”라는 말까지 나온다. 성장률 숫자와 체감 경기 사이의 괴리가 커질수록 경제 정책 신뢰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 세계 경제는 과거와 전혀 다른 구조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보호무역과 산업보조금을 강화하고 있고, 중국은 공급망과 희토류를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에너지와 기술, 안보와 통상이 서로 얽힌 경제 안보 시대다. 한국 역시 단순한 수출 회복에 만족할 상황이 아니다. 반도체 경쟁력 유지와 함께 배터리·바이오·인공지능·방산·조선 등 미래 산업 기반을 동시에 넓혀야 한다. 특정 산업 의존도를 줄이고 성장 동력을 다변화하지 못하면 작은 외부 충격에도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한국 경제는 분명 반등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것이 곧 구조적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숫자가 좋아졌다고 현실의 위험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같은 시기일수록 더 냉정해야 한다. 경제는 기대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착시를 경계하면서 다음 성장 기반을 준비할 때만 이번 반등도 진짜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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