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5개국과의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에 시동을 걸고 있다. 에너지와 핵심 광물의 공급망을 넓혀 중동·중국 의존을 낮추는 동시에 유럽연합(EU)이 메르코수르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먼저 가동한 가운데 일본 기업의 관세 불이익을 막으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0일 일본 정부가 올여름까지 메르코수르와 EPA 협상에 들어가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르코수르는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볼리비아 등 5개국으로 구성된 남미 관세동맹이다.
일본은 이미 지난해 말 메르코수르와의 관계 강화 작업에 착수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해 12월 메르코수르와 '전략적 파트너십 프레임워크'를 출범시키고, 무역·투자·공급망·디지털경제·에너지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해왔다. 당시 양측은 공동성명에서 서로를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 중 하나"로 규정했다.
일본이 서두르는 배경에는 경제안보와 통상 경쟁이라는 두 축이 있다. 남미 5개국의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3조 1600억 달러(약 4620조원)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의 약 4분의 3 규모다. 반면 일본과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약 2조 4000억 엔(약 224조원)에 그쳐, 미국·아세안 교역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그만큼 확대 여지가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 일본은 남미를 자원 공급처로 주목하고 있다. 브라질은 세계 9위 산유국으로, 지난 3월 원유 생산량이 하루 430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희토류 매장량도 세계 2위로 평가된다. 아르헨티나는 전기차(EV)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 생산국이다. 닛케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중동 의존의 위험성이 부각된 점도 일본 정부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중동 정세가 긴박해지기 전 일본의 원유 수입은 90% 이상이 중동산이었다.
여기에 EU의 선행 진입도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 닛케이는 2일 EU와 메르코수르 간 FTA가 일부 회원국 비준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잠정 적용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EU와 메르코수르 합계 약 7억 명에 이르는 시장에서 농산품과 공산품의 관세 인하가 단계적으로 시작됐다.
일본 재계가 조기 EPA 체결을 요구해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유럽 기업이 먼저 관세 인하 혜택을 받으면 일본 자동차·기계 업체들이 메르코수르 시장에서 가격 경쟁상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와 재계는 메르코수르를 단순한 수출 시장을 넘어 공급망 다변화의 한 축으로 보고 있고, 남미 국가들 역시 중국 의존을 줄이려는 차원에서 일본과의 협력 확대에 이해관계가 맞물린다.
다만 최대 난관은 브라질산 쇠고기 문제다. 닛케이에 따르면 자민당의 '농림족'(농가·농협 이익을 대변하는 의원 그룹) 의원들은 지난 4월 하순 관계 부처와의 논의에서 "쇠고기 수입을 확실히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일본은 지금까지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 우려를 이유로 브라질산 쇠고기 수입을 사실상 제한해왔다. 미국 농무부 통계에 따르면 브라질의 쇠고기 생산량은 지난해 1261만 톤으로 세계 1위였던 미국을 제쳤다. 일본의 2024년도 생산량은 35만 톤에 그쳐 가격 경쟁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자민당 내부에서는 에너지와 핵심 광물 확보 필요성을 감안하면 무조건 반대만 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도 있다. 정권 핵심 관계자는 닛케이에 "당의 입장을 배려하면서도 마지막은 국가 외교 차원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며 협상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농업 보호와 경제 안보, 통상 경쟁력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메르코수르 EPA 추진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