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세를 두고 과세 체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이 백지화 된 상황에서 가상자산에만 별도 과세를 적용하는 것은 조세 형평성에 맞지 않고 과세 인프라도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에서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수영 의원과 한국조세정책학회는 7일 국회에서 '가상자산 과세, 긴급 점검' 토론회를 열고 내년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세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가상자산 소득세 제도는 가상자산 매매차익 중 250만원 초과분에 대해 22%(기타소득세 20%·지방세 2%)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4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안 통과 이후 가상자산 소득은 종합소득세 과세표준에 합산되지 않는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가상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현행 제도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타소득은 복권 당첨금처럼 일시·우발적 성격의 소득을 말하는데, 가상자산 거래 수익은 반복적이고 계획적인 투자 활동에서 발생하는 '자본이득'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소득도 양도소득세 체계로 편입해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실금에 대한 이월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현재 가상자산 투자 손실은 해당 연도 안에서만 공제할 수 있고, 다음 연도로 넘겨 공제하는 이월공제는 허용되지 않는다. 반면 미국·영국·독일 등 주요국은 일정 기간 손실 이월공제를 인정하고 있다. 독일은 가상자산을 1년 이상 보유할 경우 전액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며, 영국은 손실 발생 연도 기준 4년 이내 신고만 하면 무기한 이월공제를 허용한다. 싱가포르는 투자 목적 가상자산 거래는 사실상 비과세하고 있다.
에어드롭(가상자산 무상배포), 하드포크(코인 분리), 스테이킹(가상자산 예치 후 보상 지급) 등 다양한 가상자산 거래 유형에 대한 과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쟁점으로 언급됐다. 오 회장은 "(가상자산 소득세는) 5년간 3차례 유예에도 불구하고 결손금 이월공제 불인정, 과세 인프라 미비 등의 구조적 문제가 단 하나도 해소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금투세 도입이 철회된 상황에서 가상자산 투자자에게만 과세를 적용하는 건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는 종목당 50억원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가 아니라면 과세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토론회에서는 주식시장 투자자보다 규모가 작은 가상자산 투자자에게만 투자소득세를 부과할 경우 국내 시장 자금 이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면서 오 회장은 개선 방향으로 △가상자산 소득의 양도소득세 편입 △암호화 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 국내 법제화 완료 △신종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 명문화 △거래소 보고 의무 체계 완비 △납세자 신고 안내 체계 구축 등을 제안했다.
정치권에서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소득세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달 10일 "5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있었음에도 과세 기준조차 마련되지 못했다는 것은 애초에 제도의 실현 가능성 자체가 부족했다는 점을 방증한다"며 '가상자산소득세 폐지법'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세법 개정의 키(key)는 다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쥐고 있는 만큼, 향후 논의 방향은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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