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랩] 클로드의 미-이란 '워게임'…"교착 장기화 확률 59%, 韓 경제에 최악"

  • 트럼프의 '갈지자 행보'… AI "분열 노린 고도의 심리전" 진단

  • 교착상태 6개월 넘기면...韓 휘발유값 2700원·제조업 전반에 충격

  • AI "전면전보다 치명적" 전문가 "축구 중계 보듯 예측 불가"

앤트로픽

“한국에 가장 위험한 순간은 전면전이 아니라, 전쟁도 평화도 아닌 교착 상태가 ‘뉴노멀’로 굳어지는 6개월째 이후다.”

28일 앤트로픽의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모델 ‘클로드 오퍼스’를 통해 미·이란 종전 협상 위기를 워게임 시뮬레이션한 결과, 가장 우려스러운 결론은 ‘전면전’이 아닌 ‘교착의 장기화’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언한 ‘무기한 휴전’으로 당장의 확전 우려는 완화됐지만, 한국과 같은 에너지 취약국에게는 ‘조용한 파멸’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다.
 
트럼프의 ‘갈지자 행보’… 클로드 “분열 노린 고도의 심리전” 진단
이번 시뮬레이션은 한국 시간 22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만료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무기한 연장’을 발표한 정세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워게임에서 트럼프 에이전트(Agent A)는 자신의 행보를 “상대가 어디로 뛰어야 할지 모르게 만든 것”이라 정의했다.

클로드는 트럼프의 번복을 단순한 변덕이 아닌 이란 내부의 강경파(혁명수비대)와 온건파(외교부) 사이의 균형을 깨뜨리고,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내 유가를 관리하려는 고도의 포퓰리즘적 전략으로 해석했다. 반면 이란 혁명수비대 에이전트(Agent B)는 미국의 휴전 연장을 ‘전략적 기만’으로 규정하며 호르무즈 해협 내 기뢰 살포와 미군 함정 경고 사격이라는 초강수로 맞섰다. AI는 이 과정에서 외교적 해법을 찾으려는 온건파의 입지가 내부 권력 투쟁에서 급격히 좁아지는 과정을 그려냈다.
 
‘교착 상태 장기화’ 확률 59%...韓 경제에 최악 시나리오
클로드가 산출한 시나리오별 확률에 따르면, 전면전 발발 확률은 22%, 극적 협상 타결 확률은 19%에 그쳤다. 반면 ‘교착 상태 장기화’ 확률은 무려 59%에 달했다. 클로드는 이 상태를 누구의 패배도 아닌, 하지만 모두가 서서히 손해를 보는 ‘회색지대’의 고착화로 명명했다.

한국에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교착 상태가 6개월 이상 장기화될 경우 국제유가(WTI)는 배럴당 140~150달러 선에 고착된다. 이로 인해 국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700원 안팎까지 치솟으며, 에너지 수입액은 연간 최대 420억 달러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제조업 전반에 가해지는 원가 충격은 치명적이다. 클로드는 석유화학, 정유, 해운, 항공 등 4대 전략 분야에서만 6개월 누적 영업손실이 최대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와 반도체 역시 물류비 상승 등 간접 피해로 영업이익이 15% 이상 감소하며, 2026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7%에서 1%대 초반으로 내려간다.

불확실성의 제도화로 트럼프는 정치적 부담을 덜었고, 이란 군부는 협상력을 유지하는 사이 에너지 취약국인 한국은 ‘동맹 비용’이라는 이름 아래 경제적 출혈을 강요받는 구조다. 클로드는 “한국 경제에 가장 위험한 순간은 전면전이 아니라, 전쟁도 평화도 아닌 이 상태가 ‘뉴노멀’로 굳어지는 시점”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 판”...‘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이토록 냉혹한 AI 워게임을 가동한 이유는 현실적 예측불가능성 때문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의 미·이란 정세를 “축구 중계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묘사했다. 현재는 양측이 센터서클에서 공을 주고받고 있지만, 갑자기 어떤 작전을 써서 슛을 날릴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인 교수는 트럼프의 갑작스러운 휴전 선언에 대해서도 “말이 계속 바뀌고 일관되지 않는 것 자체가 거래 전략일 수 있다”면서도 “어떤 속셈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란 역시 메시지 혼선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인 교수는 “일반적으로는 메시지가 일관되고 전쟁 목표가 명확해야 하는데, 지금은 양쪽 다 말이 계속 왔다 갔다 한다”며 “이 판을 정확히 설명할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현 정세는 지도자들의 결단 한 번에 급물살을 탈 수도, 혹은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안개 정국’이다. 하지만 그 안개 속에서 확실한 것은 AI의 경고처럼 유가 쇼크로 인한 경제의 출혈이 이미 시작됐다는 점이다.

실제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1973년과 1979년 오일쇼크,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심각한 역사상 최대 위기”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그는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전 세계 에너지 물동량의 20%가 멈춰 섰으며, 하루 1300만 배럴에 달하는 생산 차질을 복구하는 데만 2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실험은 전문가의 예측 공백을 AI가 제시한 ‘최악의 경로’로 채워보는 과정이었다. AI가 도출한 59%의 교착 확률은 확정된 미래가 아니다. 그러나 전문가의 ‘신중론’과 AI의 ‘경고’가 교차하는 지점은 하나다. 전쟁도 평화도 아닌 이 ‘불확실성의 제도화’가 한국에게는 전면전보다 더 치명적인 위기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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