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올리브영·다이소 조사, 유통 강자의 책임은 시장 지배력만큼 무겁다  

 
올리브영 사진연합뉴스
올리브영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CJ올리브영과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납품업체 거래 자료 확보에 나섰다.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 조사다. 외형상으로는 두 기업에 대한 개별 점검이지만, 본질은 빠르게 커진 유통 강자의 거래 질서를 정립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친숙한 브랜드라는 이유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올리브영과 다이소는 이미 단순 판매점을 넘어섰다. 올리브영은 K뷰티 산업의 대표 유통 채널로 자리 잡았고, 다이소는 생활용품 시장의 핵심 판매망이 됐다. 중소 제조사와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입점 여부가 매출과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구조다. 어느 매장에 물건을 올리느냐가 생산량과 고용, 후속 투자까지 좌우하는 시대다. 유통사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거래 공정성 역시 그만큼 중요해진다.
 
공정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리브영 온라인 부문 실질 수수료율은 23.52%, 오프라인 전문판매점은 27.0%였다. 다이소는 직매입 거래 대금 지급 기간이 평균 59.1일로 법정 기한 60일에 근접했다. 이 수치만으로 위법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업종 특성, 계약 구조, 상품 회전율 등 따져볼 요소도 많다. 그러나 납품업체가 거래 조건을 사실상 거부하기 어려운 구조라면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높은 수수료는 중소기업의 마진 축소로 이어지고, 늦은 정산은 자금 사정이 취약한 업체에 큰 부담이 된다.
 
시장 지배력이 큰 기업일수록 법의 최소 기준만 지켰다고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 질서는 형식적 합법성과 별개로 실질적 균형이 중요하다. 계약서에 도장이 찍혔다고 해서 항상 대등한 협상이 이뤄졌다고 볼 수는 없다. 거래 상대방이 선택권을 갖지 못한 채 받아들이는 조건이라면 시장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 가깝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장기화될 때 산업 전체의 활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중소 제조사는 제품 혁신보다 유통망 입점 비용과 조건 맞추기에 더 많은 자원을 쓰게 된다. 연구개발과 품질 개선에 써야 할 돈이 판매 수수료와 판촉 부담으로 빠져나간다면 산업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 역시 단기적으로는 저렴한 가격을 누릴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제품 다양성 축소와 가격 상승을 겪게 된다.
 
공정위 조사도 냉정하고 정밀해야 한다. 대중적 기업이라는 이유로 보여주기식 제재를 해서도 안 되고, 국민 브랜드라는 이유로 느슨하게 접근해서도 안 된다. 계약 조건, 반품 책임, 판촉비 분담, 정산 시기, 납품업체에 대한 각종 요구 사항까지 사실관계를 면밀히 따져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시장이 원하는 것은 감정적 응징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규칙이다.
 
기업들도 이제 인식을 바꿔야 한다. 규모가 커질수록 책임도 커진다. 납품업체와 함께 성장하는 공급망을 만들지 못하면 지금의 성공도 오래가기 어렵다. 소비자의 선택은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공정한 거래를 하는 기업이라는 신뢰가 쌓일 때 브랜드 가치는 더 커진다.
올리브영과 다이소는 한국 유통시장을 바꾼 성공 사례다. 이제 남은 과제는 얼마나 더 크게 성장하느냐가 아니다. 얼마나 공정하게 성장하느냐다. 유통 강자의 진짜 경쟁력은 매출 규모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거래 질서를 만드는 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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