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방시혁 출국 논란, 국익을 기준으로 법치의 해법을 만들어야

  방시혁 의장 출국 논란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법치와 국익이 충돌하는 전형적인 사례이며, 동시에 한국 사회가 기존의 법 집행 기준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이제 중요한 것은 찬반이 아니라 기준이다. 무엇을 근거로 판단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현재 상황은 명확하다. 한편에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의자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있다. 이는 수사의 실효성과 도주 방지를 위한 정당한 법적 장치다. 다른 한편에는 하이브가 이끄는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경제적 파급력이 있다. 방탄소년단을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은 수출과 고용, 국가 브랜드까지 연결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두 축이 충돌하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문제를 단순히 ‘법을 지켜야 한다’는 명제로만 접근하는 것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국익을 이유로 법을 흔드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없다. 핵심은 이 둘을 대립 관계로 보는 시각 자체를 넘어서야 한다는 점이다. 법치의 본질은 동일한 기준의 적용이지, 동일한 결과의 강요가 아니다. 같은 조건이라면 누구에게나 같은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 따라서 국익을 판단 요소로 제도 안에 포함시키는 것은 법치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법 적용의 기준을 정교화하는 과정이다.


문제는 현재 그 기준이 없다는 데 있다. 지금의 제도는 출국금지 여부를 수사 필요성 중심으로 판단할 뿐,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지 못했다. 이 공백은 개별 사안마다 임시적 판단을 낳고, 그 결과는 곧 특혜 논란으로 이어진다. 기준이 없으면 모든 결정은 논란이 된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국익을 정량화하고 제도화하는 일이다. 예컨대 일정 규모 이상의 수출 계약이나 투자 유치와 직접 연결된 경우, 또는 국가 전략 산업에서 글로벌 협상이 진행 중인 경우와 같이 객관적 지표를 설정해야 한다. 여기에 산업 파급력과 고용 영향, 외교적 중요성까지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평가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익은 추상이 아니라 수치와 기준으로 관리돼야 한다.


또 하나 짚어야 할 점은 개인의 역할이다. 글로벌 기업에서 모든 인물이 동일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창업자이자 의사결정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협상과 투자, 전략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콘텐츠 산업과 같이 IP와 창작 네트워크가 결합된 구조에서는 최고 책임자의 직접 참여가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점에서 해당 인물의 해외 활동이 단순한 출장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전제는 수사의 실효성이다. 출국금지의 핵심 목적은 도주 방지다. 따라서 조건부 출국을 허용하려면 이에 상응하는 안전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정 기간 내 귀국 의무를 명확히 하고, 보증금이나 자산 담보를 설정하며, 수사 협조 의무를 강화하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 필요하다면 국제 공조를 통한 사후 관리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리스크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외교 방식에 대한 논란도 본질은 아니다. 외교 관례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판단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국가가 어떤 원칙과 기준으로 결정을 내리느냐다. 기준이 명확하다면 외부의 어떤 요청에도 흔들릴 이유가 없다.


결국 이 문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법치냐 국익이냐를 고르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국익을 기준으로 법치를 설계하고 운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가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이다.
 

원칙 없는 국익은 특혜가 되고, 국익 없는 원칙은 기회를 잃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둘 사이의 절충이 아니라, 국익을 기준으로 한 새로운 법 집행의 설계다. 방시혁 출국 논란은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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