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초고가 주거시장의 ‘불패 신화’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비켜간 초고가 주택들이 고금리와 수요 위축을 견디지 못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단계에서 줄줄이 막히면서다. 브랜드와 희소성을 앞세운 하이엔드 주거상품이 실제로는 ‘고분양가-고레버리지’ 구조 위에 세워진 금융 모델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부동산 업계 및 공매포털 온비드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에서 추진된 초고가 주거 프로젝트 상당수가 본PF 전환에 실패하거나 공매로 넘어가는 등 사업 차질을 겪고 있다. 시장 냉각 속에서 자산가 수요가 선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데다, 금융권 역시 사업성 검증을 대폭 강화하면서 ‘브랜드 프리미엄’만으로는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영향이다. 과거에는 희소성과 입지만으로도 분양 성공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면, 현재는 분양가 대비 담보가치와 회수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PF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 ‘포도 바이 펜디 까사’ 부지다. 이 사업장은 지하 7층~지상 20층 규모로 공동주택 29가구와 오피스텔 6실을 짓는 초고가 주거 프로젝트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의 이름을 앞세워 가구당 200억원 수준의 분양가가 거론됐다. 하지만 금융권은 해당 분양가가 시장에서 실현 가능한지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했고, 본PF 전환이 지연되면서 사업은 사실상 멈췄다. 이후 부지 전체가 공매로 넘어갔고, 10차례 유찰을 거치며 최저입찰가는 1차 3712억원에서 2340억원 수준까지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이 사례를 두고 “브랜드 프리미엄이 금융을 설득하지 못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한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은 더 이상 ‘브랜드’가 아니라 회수 가능성을 기준으로 사업을 본다”며 “분양이 지연되거나 실패할 경우 원금 회수 경로가 불명확하면 본PF 전환 자체가 어려워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30가구 미만 설계나 도시형 생활주택 등 우회로를 택했던 사업장들도 같은 한계에 직면했다. 규제를 비켜간 대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을 받지 못하면서, 사업 안정성을 뒷받침할 공적 안전장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금융권 입장에서는 분양 실패 시 손실을 흡수할 장치가 없는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2023년 준공된 ‘오데뜨오드 도곡’은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인허가를 받아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갔다. 이 단지는 3.3㎡당 7299만원이라는 고분양가를 책정하며 당시 ‘래미안 원베일리’를 웃도는 가격으로 주목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전량 미분양을 기록했다. 이후 공매 절차에 들어가면서 12차례 유찰됐고, 최저입찰가는 1830억원에서 113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규제를 피한 대신 신용을 잃은 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이엔드 주거 모델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반포동 ‘더 팰리스 73’ 부지는 4000억원 규모 브리지론 연장에 실패하며 사업이 해체된 뒤, 최근 싱가포르계 자산운용사에 인수돼 호텔·레지던스 복합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당초 초고가 주택 공급을 전제로 설계된 사업이었지만, 현재 시장 환경에서는 주거 단일 모델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개별 사업장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되면서 레버리지에 의존한 사업 구조가 흔들리고 있고, 자산가 수요 역시 가격 상승 기대보다는 유동성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기조가 강화되면서, 과거처럼 공격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워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비싸게 팔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도 사업이 돌아갔지만, 지금은 ‘안 팔릴 경우 어떻게 회수할 것인가’가 먼저 검증되는 구조로 바뀌었다”며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하이엔드 사업장은 앞으로도 PF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분양가와 레버리지에 의존한 하이엔드 모델은 사실상 사이클이 끝났고, 안전장치 없이 추진된 사업부터 순서대로 조정받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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