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포스코 사내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직접고용 책임을 다시 인정했다. 지난 2022년 1·2차 소송에 이어 이번 3·4차 소송에서도 포스코와 협력업체 사이의 도급이 아닌 근로자파견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냉연제품 포장 업무를 맡은 일부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포스코 소속 근로자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16일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223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상고심에서 215명에 대해 원고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년이 지난 원고 1명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각하했고 냉연제품 포장 업무를 수행한 원고 7명은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광주고법에 돌려보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한 업무가 도급인지 파견인지였다. 파견으로 인정되면 사용사업주인 포스코는 해당 근로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직접고용 의무를 부담한다.
개정 전 법률이 적용되는 일부 근로자에 대해서는 고용간주(직접고용간주· 파견법상 불법 파견이거나 2년 파견 기간을 초과하여 사용했을 때, 사용사업주가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법적 규정)가 문제로 작용됐다.
대법원은 선박 접안, 원료 하역·운반, 래들 관리, 롤 정비 등 제철소 생산공정과 밀접하게 연결된 업무를 수행한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포스코의 실질적인 지휘·명령이 있었다고 봤다.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포스코의 작업표준서와 기술 기준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고 전산관리시스템(MES)과 이메일, 메신저 등을 통해 작업 대상과 작업 방법, 작업 순서에 관한 지시를 받아온 점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업무가 포스코 철강 생산공정에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었고 업무 수행에 필요한 주요 시설 역시 포스코가 보유·관리한 점도 함께 봤다. 협력업체가 독자적인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춰 독립적으로 계약 목적을 수행했다고 보기 어렵고 포스코 생산체계 안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있었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원고들 가운데 일부는 포스코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게 됐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포스코가 직접고용 의사를 표시해야 할 의무가 인정됐다. 구 파견법이 적용되는 8명은 사용기간 2년 초과에 따라 고용간주 대상이 됐고 나머지 207명은 현행법상 고용의무 대상이 됐다.
반면 대법원은 광양제철소에서 냉연제품 포장 업무를 맡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7명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들이 포스코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포스코가 이들에 대해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해당 협력업체가 포장업무의 직접적인 실행 과정에 관한 독자적인 경험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 경험과 기술, 의견이 작업표준서 작성·변경 과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 포스코 근로자와 협력업체 근로자가 수행한 업무가 어느 정도 구분돼 있었고 서로 대체 관계에 있지 않았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협력업체가 계약 목적 달성에 필요한 독립적인 기업조직과 설비를 갖추고 있었을 소지가 크다는 점도 함께 고려했다.
상고심 도중 정년이 지난 원고 1명에 대해서는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고 직권으로 각하했다. 이 원고는 원심에서는 승소했지만 상고심 계속 중이던 2023년 12월 정년이 지나 근로자 지위를 회복할 수 없게 됐다.
포스코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불법파견 소송은 2011년부터 이어져 왔다. 1·2차 소송은 2022년 7월 대법원에서 근로자 승소로 확정됐다. 이날 선고된 사건은 2017년 제기된 3·4차 소송이다. 5∼7차 소송도 2심에서 근로자 측 승소 판결이 선고된 상태로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후 후속 소송까지 포함하면 전체 소송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판결은 포스코가 최근 밝힌 대규모 직고용 방침과도 맞물려 주목된다. 포스코는 앞서 유사 공정에서 근무하는 협력사 소속 직원과 철강 생산공정에서 조업과 직접 연관된 지원업무를 수행하는 조업지원 협력사 소속 현장직원 약 7000명에 대해 직고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포스코는 이날 대법원 판결 직후 "3·4차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 결과를 존중한다"며 "승소한 직원들에 대해서는 관련 법적 절차에 따라 후속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3·4차 소송 승소 원고 215명에 한정하지 않고 원고와 유사 공정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철강생산공정에서 조업과 직접 연관된 지원업무를 수행하는 조업지원 협력사 소속 현장직원 약 7000명에 대해서 직고용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생산 공정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인원을 포괄해 선제적 직고용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위험의 외주화 근절을 위한 원·하청 구조 개선으로 안전체계를 강화하고 장기간 이어온 근로자지위확인소송으로 인한 갈등을 종식해 상생의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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