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號 한국은행] '위기 예언자'의 귀환… 학문·실무 겸비한 글로벌 거시경제 석학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사진청와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사진=청와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에 이어 한은의 사령탑을 맡게 될 신현송 총재 후보자는 학문적 깊이와 실무적 통찰력을 겸비한 인물로 평가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미리 경고한 ‘위기 예언자’로 꼽히는 그는 레버리지와 금융 네트워크를 통해 위기의 메커니즘을 규명한 거시경제 석학으로, 향후 학문과 실무를 아우르는 통화정책 운용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 후보자는 31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첫 출근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한다. 중동 사태로 촉발된 고환율·고물가 국면 속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2일 차기 한은 총재 후보자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을 지명하며 경제의 새로운 사령탑 인선을 공식화했다. 대구 출생인 신 후보자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정치·경제(PPE)를 전공한 뒤 경제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옥스퍼드대와 런던정경대(LSE), 프린스턴대 교수로 재직하며 학문적 기반을 쌓았고, 국제결제은행(BIS) 경제고문 겸 조사국장으로 활동하며 글로벌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논의를 주도해왔다.

그의 명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결정적 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앞둔 2005년과 2006년의 연쇄적인 경고였다. 당시 전 세계가 저물가·고성장의 ‘골디락스’에 환호할 때 그는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 이면에 숨은 ‘레버리지 사이클’의 위험을 주목했다. 투자은행(IB)들이 자산 가격 상승기에 부풀려진 자산을 바탕으로 레버리지를 확대하는 ‘경기 순응성’이 결국 금융 시스템 전반의 취약성을 키우고, 작은 충격에도 도미노처럼 무너질 것이라는 그의 분석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현실화됐다.

신 후보자는 또 ‘글로벌 게임’ 이론을 통해 뱅크런의 메커니즘을 구체화했다. 기존 이론이 단순히 남을 따라 돈을 빼는 막연한 심리적 공포에 주목했다면, 그는 정보가 불완전한 상황에서 경제 주체들이 서로의 행동을 어떻게 예측하고 반응하는지를 수학적으로 입증했다. 이를 통해 시장의 심리적 임계점과 미세한 정보 차이가 시스템 전체의 붕괴로 이어지는 과정을 정교하게 설명해냈다.

이 같은 학문적 성취는 실제 정책으로도 이어졌다. 2010년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 시절 도입한 ‘거시건전성 부담금(일명 신현송세)’이 대표적이다. 그는 자본 유출입 변동성이 큰 한국 경제의 특성을 고려해 은행들이 단기 외채를 들여올 때 부담금을 부과함으로써 과도한 레버리지를 억제하는 ‘방파제’를 구축했다. 이후 동양인 최초로 BIS 통화경제국장에 임명돼 12년 넘게 재직하며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에게 경제 흐름을 브리핑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신 후보자는 금리 인상이 물가를 억제하는 수단을 넘어, 서로 연결된 금융기관의 레버리지 위험 감수 행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통화정책 운용에서 금융안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2일 한은 총재 후보자로 지명된 후 “물가, 성장, 그리고 금융안정을 감안한 균형 있는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신 후보자가 물가 안정이라는 한은 본연의 책무와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변화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을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차단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공급망 충격 등 외부 요인에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균형적 통화정책이 예상된다”며 “가계부채와 은행 건전성에 대한 엄격한 관리 기조 속에서 학문적 기반을 정책에 직접 접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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