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담뱃값 1만원·술 부담금…정책은 정직해야 한다

정부가 담뱃값을 1만원 수준으로 인상하고, 술에 건강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겉으로는 국민 건강을 위한 정책이다. 흡연과 음주를 줄이고 의료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책의 실질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건강 정책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국민 부담을 늘리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에 있다.
담배와 술은 선택재이지만, 현실에서는 상당수 국민의 일상 소비에 포함돼 있다. 가격 인상은 곧바로 생활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물가 부담이 이미 커진 상황에서 추가적인 비용 증가는 체감 압박을 더욱 키운다. 정책의 명분이 건강에 있다 하더라도, 국민이 체감하는 것은 ‘지출 증가’라는 점을 외면할 수 없다.

 편의점 CU는 국제 강아지의 날을 맞아 반려견 사진을 맥주 캔에 담을 수 있는 강아지 커스텀 맥주를 출시한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편의점 CU는 국제 강아지의 날을 맞아 반려견 사진을 맥주 캔에 담을 수 있는 '강아지 커스텀 맥주'를 출시한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더 중요한 쟁점은 정책의 정직성이다.
정부는 이를 증세로 규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세금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 뿐, 사실상 재정 수입을 늘리는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세금을 올리는 것이라면 그에 맞는 설명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재정 상황이 어려워지고 복지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면, 그 필요성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공론화를 거치는 것이 원칙이다.


지금과 같은 방식은 정책의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
건강이라는 명분 뒤에 재정 목적이 숨어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정책에 대한 수용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책은 단순히 시행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국민의 이해와 동의가 있어야 지속될 수 있다. 정직하지 않은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편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용이 더 크다.


물론 흡연과 음주를 줄여야 한다는 방향성 자체는 타당하다.

많은 국가들이 가격 정책을 활용해 소비를 줄여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가격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교육과 예방, 치료와 지원이 함께 병행돼야 정책 효과가 나타난다. 단순히 비용을 높이는 방식만으로는 행동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가 형평성이다.
담배와 술에 대한 부담 증가는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더 크게 체감된다. 이는 대표적인 역진적 부담 구조다. 동일한 가격 인상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작은 변화지만, 누군가에게는 생활의 압박이 된다. 정책이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 정당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문제는 재정과 직결된다.
고령화로 인해 복지 지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재정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피할 수 없다. 증세가 필요하다면 그것을 부정하기보다, 왜 필요한지 설명하고 어떤 방식이 공정한지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책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의 영역이다.
국민이 정부를 신뢰할 때 정책은 효과를 낸다. 반대로 정책의 의도를 의심하게 되는 순간,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우회가 아니라 정면이다.
재정이 필요하다면 그 이유를 설명하고, 부담이 필요하다면 그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 정책의 이름을 바꾸는 것으로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담뱃값과 술 부담금 문제는 단순한 가격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정부가 국민과 어떻게 소통하고, 어떤 방식으로 신뢰를 쌓아갈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정책은 결국 말이 아니라 방식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언제나 하나다.
정직함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