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라스라판 LNG 시설 피격 이후 정부는 카타르산 물량이 전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 대응 계획을 마련해 두었고, 당장 국내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의 LNG 수입에서 카타르 비중은 약 14.9%였고, 올해 장기계약 210만t 종료를 감안하면 내년에는 그 비중이 약 8%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한국가스공사도 법정 비축 기준을 웃도는 재고를 확보하고 있으며, 한국은 2024년 기준 18개국에서 LNG를 들여오고 있다. 공급선 다변화가 일정 부분 진전돼 왔다는 뜻이다.
여기서 정책의 시야가 멈춰서는 안 된다. 카타르 의존도가 예전보다 낮아졌다고 해서 안심할 일은 아니다. 카타르산 비중이 줄었다는 것은 취약성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라, 위기의 양상이 달라졌다는 뜻에 가깝다.
문제는 특정 국가 한 곳의 공급 중단만이 아니라, 중동발 충격이 세계 LNG 시장 전체의 가격과 물량 경쟁을 동시에 흔드는 구조적 위험으로 번지고 있다는 데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카타르 LNG 수출 능력의 17%가 타격을 입었고, 한국 정부도 이에 대응해 석탄 발전 상한을 풀고 원전 정비를 앞당겨 가스발전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 전력 구조에서 LNG는 결코 가벼운 비중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3년 발전량 기준 전원 비중은 석탄 31%, 원전 31%, LNG 27%, 신재생 10%였다. 설비 비중으로 봐도 LNG는 30%로 가장 크다. 다시 말해 LNG는 수입원 하나가 흔들릴 때마다 국가 전력 체계 전체를 압박할 수 있는 중심축이다.
이미 방향이 나와 있다. 첫째는 LNG 조달선의 다변화를 더 깊고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다변화는 카타르 의존도를 호주, 미국, 말레이시아, 오만 등으로 분산하는 데 일정 성과를 냈다. 실제로 한국의 LNG 수입 구조는 호주가 최대 공급국으로 올라섰고, 미국산 도입도 확대돼 왔다.
하지만 진정한 다변화는 단순히 수입국 숫자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중동, 오세아니아, 북미, 동남아를 축으로 한 장기계약과 현물 조달의 균형, 운송 거리와 운임 리스크, 환율과 계약 유연성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특정 지역의 지정학적 충격이 전체 조달 비용으로 전이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둘째는 전력 수급 측면에서 LNG 의존도를 구조적으로 낮추는 일이다. 원전 활용은 그 핵심 수단 가운데 하나다. 이미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0년 발전량 기준 원전 비중을 31.8%로 유지하고, 2038년에는 무탄소 발전 비중을 70%까지 높이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카타르 충격이 말해 주는 것은 바로 이 계획이 단순한 탄소 정책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 정책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원전은 가스발전과 달리 연료 가격 급등과 해상 운송 차질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평상시에는 경제성의 문제로 보일 수 있으나, 위기 시에는 국가 전체의 비용을 흡수하는 안전판이 된다.
셋째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기후 구호’가 아니라 수입연료 대체 전략으로 다시 봐야 한다는 점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간헐성이라는 한계가 분명하지만, 저장장치와 계통 보강, 수요관리와 결합할 경우 LNG 피크 발전 수요를 줄이는 데 분명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의 2023년 발전량 기준 신재생 비중은 10%에 그쳤지만, 설비 비중은 22%까지 올라와 있다. 아직 설비가 충분히 효율적으로 계통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재생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설비 숫자 경쟁이 아니라, LNG 대체 효과를 실제 전력시장 안에서 얼마만큼 구현하느냐에 있어야 한다.
넷째는 비축과 조달, 발전계획을 따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장기 국가전략으로 묶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사태가 터질 때마다 비축량과 단기 도입 대체만 강조해서는 시장을 안심시키기 어렵다. LNG는 도시가스이자 발전연료이고, 원전은 기저전원이며, 석탄은 비상시 백업 수단이고, 재생에너지는 수입연료 절감 장치다.
이들을 각각의 정책 부문으로 나눠 볼 것이 아니라 “어떤 충격이 와도 한국 경제가 얼마만큼 버틸 수 있는가”라는 하나의 질문 아래 다시 설계해야 한다.
결국 이번 중동 사태가 정부에 던지는 과제는 분명하다. 단기적으로는 재고와 대체 도입선으로 버틸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국은 이번 일을 계기로 LNG 수입 다변화, 원전 활용 확대, 재생에너지의 계통 실효성 제고를 한데 묶은 장기 에너지 안보 전략으로 넘어가야 한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공급에는 문제없다”고 되풀이하는 나라와, 위기를 계기로 에너지 구조 자체를 바꾸는 나라는 결국 비용도, 시장의 신뢰도도 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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