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될 때마다 국제사회는 이란을 ‘중동의 한 축’ 정도로 바라보곤 한다. 그러나 이란을 단순한 아랍 국가로 이해하는 시각은 본질을 놓친 접근이다. 이란은 역사적으로 아랍 세계와 뿌리를 달리하는 페르시아 문명의 계승국으로, 독자적인 정체성과 세계관을 형성해온 국가다. 오늘날 이어지는 갈등 역시 지정학적 충돌을 넘어 이러한 역사적 자존심과 정체성의 연장선 위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란의 기원은 고대 페르시아 제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페르시아는 서아시아와 지중해를 아우르는 제국을 건설하며 독자적인 행정과 문화 체계를 발전시켰다. 이후 중동에서 이슬람 문화가 확산하는 가운데서도 페르시아는 언어와 문화, 관료제 전통을 유지하며 주변 아랍 세계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특히 이란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슬람 종파 시아파는 수니파가 주류인 다른 아랍 국가들과 뚜렷이 구별되는 정체성을 형성했다.
이 같은 차별성은 1979년 이슬람 혁명을 기점으로 더욱 강화됐다.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등장한 이슬람 공화국은 종교 지도자가 정치 권력을 장악하는 신정 체제를 구축했지만, 그 내부에는 페르시아적 국가 운영 전통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이란은 단순한 종교 국가가 아니라, 수천 년 문명 위에 이슬람 체제가 결합된 복합적 국가다. 이러한 구조는 중동 내에서 다른 국가들과 충돌의 원인이 되는 동시에, 외부 충돌 속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결속력의 기반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국가 역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엘리트 집단의 성격을 함께 봐야 한다고 제언한다. 국내 최고 중동 전문가 중 한 명인 이희수 성공회대 석좌교수 겸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는 이란의 체제 특성에 대해 "47년간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플랜으로 육성된 전문 외교관과 군수뇌부가 확고한 이슬람 시아파 정신과 페르시아 정체성을 습득하여 수준 높은 정치·외교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임 대통령 모하마드 하타미는 철학자·사상가였고, 화요일(17일) 표적살해된 최고 안보책임자 알리 라리자니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전공한 철학자이고 이론가였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란 엘리트층은 단순한 관료 집단을 넘어선 ‘지식인 집단’의 성격을 띤다. 국가 운영의 핵심 인물들이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정책을 설계하는 구조는 다른 중동 국가들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이는 외교와 안보 전략에서도 장기적 사고와 이념적 일관성을 유지하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결국 이란을 움직이는 힘은 군사력이나 자원에만 있지 않다. 페르시아 문명에 대한 자부심, 시아파 종교 정체성, 그리고 이를 내면화한 엘리트 집단이 결합해 독특한 국가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외부 압박에도 쉽게 굴하지 않는 이란의 저항성을 설명하는 핵심 요소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정체성은 외교 전략에도 투영된다. 이란은 스스로를 하나의 문명권으로 인식하며 서구 중심 질서에 대한 대안적 질서를 모색해왔다. 이는 중동 내 영향력 확대는 물론 중국, 러시아 등 반미·반서구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독자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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