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희의 B-컷] "우리 이거 하자" 한소희·전종서가 써 내려간 '프로젝트 Y'

한 작품에는 수많은 시선이 존재합니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이었지만 감독과 배우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느꼈던 감각은 모두 다를지도 모릅니다. <최송희의 B-컷>은 스크린에 담긴 'A-컷' 너머 생생한 현장이 담긴 이면의 기록을 주목합니다. 감독, 배우들의 인터뷰를 교차해 완성된 프레임보다 더 뜨거웠던 'B-컷'의 순간을 재구성합니다. <편집자 주>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화려한 도시 한복판, 인생의 벼랑 끝에 선 두 여자가 검은 돈과 금괴에 손을 댄다. 영화 '프로젝트 Y'(감독 이환)는 이 강렬한 로그라인 한 줄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 작품을 움직인 진짜 동력은 제작 시스템의 선택이 아닌, 배우들의 능동적인 의지였다. 한소희와 전종서, 동갑내기 두 배우가 직접 시나리오를 읽고 "우리 이거 하자"며 의기투합해 만든 이 현장은 비주얼적인 화려함 이전에 서로를 향한 깊은 신뢰와 작품을 향한 집요한 몰입이 교차하는 지점이었다.

작품의 탄생 배경에는 두 배우의 서로에 대한 호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비즈니스적인 제안 이전에, 같은 배우로서 서로의 필모그래피를 지지하던 마음이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것이다.

"종서와 대본을 같이 봤어요. 둘이 시나리오를 읽고 '우리 이거 하자'고 시작하게 된 거죠. 저는 친구 이전에 같은 배우로서 종서를 굉장히 좋아해요. 그의 전작들도 좋아해서 종서의 필모그래피 안에서 이 작품이 어떻게 나올지, 나라는 사람과 연기할 때는 어떨지 궁금했어요." (한소희)

"이 시나리오를 소희와 함께 보던 때만 하더라도 영화관이 유난히 어려웠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우리를 믿어주겠다는 분들이 있으니 잘 해보고 싶었죠. 사실 이 영화의 시작점은 '인생의 벼랑 끝에 선 두 동갑내기 여자가 검은 돈에 손을 댄다'라는 한 줄의 로그라인이었어요. 이상하게 용기가 나더라고요." (전종서)
 
영화 프로젝트 Y 배우 한소희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프로젝트 Y' 배우 한소희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두 배우는 성격이 전혀 다른 미선과 도경이 왜 친구인지를 설득하는 것을 가장 큰 숙제로 삼았다. 이들은 캐릭터의 안정감과 위기감을 상호보완적으로 설정하는 한편, 관객들에게 '아이코닉'한 잔상을 남기기 위해 의상 한 벌까지도 직접 개인 소장품을 활용하며 미니멀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성격과 성향이 완전히 다른 이 두 사람이 왜 친구인지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미선은 도경보다 생활력이 강하고 안정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에요. 저 역시 평범한 삶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 접점을 통해 미선의 행동에 설득력을 부여하려고 했어요. 이 영화로 전하고 싶은 건 딱 하나예요. '이 세상에 내 편 하나 없더라도 마음 맞는 사람 하나 있으면 그걸로 성공한 인생'이라는 점이죠." (한소희)

"도경이는 터프해 보이지만 유리알처럼 깨질 것 같은 면을 가진 인물이길 바랐어요. 소희가 연기한 미선은 연약해 보이지만 의외로 묵직한 행동파고요. 둘이 데칼코마니처럼 하나를 보는 느낌으로 손잡고 가보자는 이야기를 했어요. 특히 이 캐릭터들이 이미지적으로 강렬하게 박히길 원해서 의상팀과 직접 상의하고 개인 소장품을 반영하기도 했죠. 심플하게, 미니멀하게 가자고 했어요." (전종서)

현장에서의 호흡은 예민함과 무던함을 보완해주는 완벽한 박자로 이어졌다. 특히 거액의 돈을 훔치기 위해 밤새 삽질을 하던 장면은 두 배우의 열정이 가장 뜨겁게 폭발한 순간이었다. 감독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리얼리티'를 위해 스스로 땀을 흘리며 현장의 공기를 뜨겁게 달궜다.

"5시간이나 땅을 팠어요. 그 장면이 우리 영화의 시작이니까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정말 이입해서 찍었죠. 몇 시간 동안 삽질하다 보니 땀이 나잖아요. 겉옷도 벗고 물뿌리개로 땀을 만들면서 찍었어요. 정말 그 신에 미쳐있어서 추운 것도 모르고 엄청나게 집중했던 기억이 나요." (한소희)

"감독님께서는 사실 좀 말리셨는데, 저희가 자진해서 '여기서 옷을 벗어던지며 삽질하면 좋겠다'고 연기했어요. 땀을 뻘뻘 흘리면서요. 감독님이 오히려 옷을 여미라며 걱정해주셨죠. 하하." (전종서)
영화 프로젝트 Y 배우 전종서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프로젝트 Y' 배우 전종서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한국 영화의 세대교체를 이끄는 주역으로서, 두 배우는 비주얼적인 강렬함만큼이나 작품 전체의 조화와 책임감을 강조했다. 한소희는 '주인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를 언급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조화롭게 움직인 모든 배역에 공을 돌렸다.

"동갑내기 여자 배우의 투톱물이고, 단순히 비쳐지기보다 아이코닉한 느낌이 강한 작품이었으면 했어요. 포스터 한 장이라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길 바랐고 관객들이 그런 점에 흥미를 느끼시는 것 같아요. '아이코닉한 두 여자가 나오는 영화?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 하는 궁금증에 잘 반응해주신 것 같아요." (전종서)

"매 작품마다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영화 편집본을 보는데 '요즘 시대는 주인공이랄 게 딱히 없는 시대구나' 싶었어요. 각자의 위치에서 조화롭게 움직이니까요. 도경과 미선을 필두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다른 배역이 없었다면 이들도 없었을 거예요. 주인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가 온 것 같아요." (한소희)

현장에서 5시간 동안 삽질을 자처하고 개인 소장품을 내어놓으며 캐릭터의 숨결을 불어넣은 두 배우의 '상태'는 그 자체로 '프로젝트 Y'의 가장 뜨거운 'B-컷'이 되었다. 벼랑 끝에서 만난 두 여자의 동행은 그렇게 두 배우의 치열한 교감과 책임감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속에 아이코닉한 잔상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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