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연의 주(株)토피아] "비명이 잦아들면 바닥이 보인다"…역대급 수급 발작이 보낸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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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이미지. [사진=챗GPT]

최근 국내 증권시장은 이례적인 수준의 변동성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12% 가까이 급락했다가 이튿날 다시 9% 넘게 급등하는 등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기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바닥인 줄 알았는데 지하실이 있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입니다.

이처럼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된 국면에서는 시장 내부의 수급 흐름을 보여주는 기술적 지표를 통해 시장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지표가 맥클레란 오실레이터(MO)와 트린(TRIN) 지수입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장 대비 지수가 9.63% 급등하며 반등에 성공한 지난 5일 코스피 시장의 트린 지수는 11.7683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12.06% 기록적인 급락세를 보였던 지난 4일 맥클레란 오실레이터는 -106.01까지 추락했습니다.

특히 이번에 기록된 트린 지수는 국내 증시 역사상 지난 2002년 7월 23일과 6월 10일 증시 폭락 사태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치인데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피크치(5~7 수준)마저 압도하는 결과로, 시장에서 단기간에 매도 물량이 비정상적으로 집중되면서 극단적인 수급 불균형과 심리적 발작이 나타났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쪽수'로 측정한 기초 체력, 맥클레란 오실레이터의 경고
먼저 살펴볼 지표는 시장의 '폭(Breadth)'을 측정하는 맥클레란 오실레이터입니다. 흔히 투자자들은 코스피나 코스닥 지수의 숫자만 보지만 전문가들은 그 내부에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종목이 오르고 내리는지까지 살피는데요, 이유는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 몇 종목에 의해 지수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수가 보합권이라 해도 하락 종목이 압도적으로 많다면 시장의 속살은 멍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지표는 상승 종목 수에서 하락 종목 수를 뺀 값의 단기(19일) 이동평균과 장기(39일) 이동평균의 차이를 계산해 산출합니다. 수치가 0선 위에 있으면 시장 전체에 상승 에너지가 골고루 퍼져 있다는 뜻이고 0선 아래에 있으면 하락 종목이 우세해 시장 체력이 소진되고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기술적 분석에서는 이 지표가 -100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을 시장이 과도한 매도에 노출된 '과매도' 구간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3월 4일 기록된 -106.01은 단순히 주가가 하락한 것을 넘어, 시장 전체의 매수세가 꺾인 채 하락 에너지가 시장을 완벽히 지배했음을 뜻하는 겁니다.
 
'판돈'의 흐름 추적하는 심리 측정기, 트린 지수
맥클레란 오실레이터가 종목의 '쪽수'를 봤다면, 트린 지수는 그 이면의 '거래량' 흐름을 추적합니다. 1960년대 기술적 분석의 대가 리처드 암즈가 개발한 이 지표는 상승·하락 종목 수의 비율을 각각 상승·하락 거래량 비율로 나눈 값입니다. 즉,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이 얼마나 비이성적으로 매도 버튼을 눌렀는지를 보여주는 '심리 측정기'에 가깝습니다.

트린 지수는 1을 기준으로 삼고 숫자가 클수록 매도세가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통상적으로 2만 넘어도 시장이 극심한 공포에 질린 '패닉' 상태로 해석하는데, 지난 3월 5일 이 지표는 무려 11.76이라는 비현실적인 수치를 기록한거죠.

이 숫자가 얼마나 이례적인지는 과거 역사적 폭락장과 비교하면 더욱 명확해집니다. 전 세계 증시가 셧다운 공포에 떨었던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트린 지수는 피크 타임 기준 5~7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이번에 나타난 11.76은 팬데믹 당시의 투매 강도를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수치로, 시장에서 기계적인 매도 물량이 쏟아졌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역설적 바닥 신호? 공포 뒤에 찾아온 기술적 반등
다만 이러한 극단적인 수치는 역설적으로 시장의 하락 에너지가 상당 부분 소진되는 구간에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글로벌 증시에서도 시장 내부 지표가 극단적인 과매도 구간에 진입한 이후 일정 기간 변동성을 거친 뒤 기술적 반등이 나타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을 당시에도 시장 내부 지표들이 급격히 악화됐지만 이후 각국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과 함께 증시는 빠르게 반등 흐름을 보였습니다. 물론 기술적 지표만으로 시장의 바닥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극단적인 수급 지표는 시장 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된 구간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참고 지표로 활용됩니다.

최근 지표 흐름에서는 일부 회복 신호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기준, 맥클레란 오실레이터는 -0.52를 기록하며 0선에 바짝 붙었고 12일 기준 맥클레란 오실레이터는 5.07을 나타내면서 0선을 다시 상회했습니다. 이는 시장 내부에서 상승 종목 수가 하락 종목 수를 웃돌아 수급 균형이 일정 부분 회복됐음을 알려줍니다.

반면 트린 지수는 12일 기준 1.7496을 기록하면서 여전히 1을 크게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상승 종목 수는 늘어났지만 거래량 기준으로는 여전히 매도 우위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시장 내부 지표가 일부 회복 신호를 보이고는 있지만 수급 흐름이 완전히 정상화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당분간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처럼 극단적인 과매도 지표가 나타난 이후 시장은 일정 기간 바닥을 다지는 과정을 거치거나 기술적 반등과 조정을 반복하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최근 기록된 수치가 단기적인 수급 충격의 결과인지, 아니면 시장 흐름의 전환 신호로 이어질지는 향후 지표 흐름과 투자자 수급 변화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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