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운송 차질이 현실화되면서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철근·시멘트 등 주요 건설 자재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업계에서는 이번 중동 위기가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보다 더 큰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PI본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는 기존 운송 루트 대신 대체 경로를 검토해 왔지만 아직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한 상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기존 운송길이 봉쇄되면서 비용이 크게 늘더라도 항공 운송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정도만 확인된 상황”이라며 “운송 단가를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대체 루트를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량 중 20~3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이란의 해협 봉쇄로 유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아스팔트, 시멘트, 철강 등 주요 건설 자재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원유 중 4분의 3이 중국·인도·한국·일본 등 동북아시아 국가로 수출되는 만큼 한국 건설업계에도 파장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 자재 가격 상승은 이미 최근 몇 년간 공사비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0~2025년 공사비 상승 요인 가운데 자재비 비중은 49.8%로 가장 컸다. 건설 장비용 유류 확보와 주요 원자재 운송 비용까지 고려하면 유가가 60% 상승했을 때 건축물 생산 비용은 1.5%, 일반 토목시설 생산 비용은 최대 3%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공사비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국내 건설 현장은 공사 완료 이후 물가 변동분을 반영하는 사후 정산 방식이 일반적이어서 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분쟁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 신반포21차 재건축 사업에서는 입주를 앞두고 시공사가 공사비 950억원 증액을 요구하면서 조합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금리 부담도 변수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평균 금리는 4.1%로 2022년 이후 다시 4%대를 유지하고 있다. 해외 수주 사업은 중동 리스크로 위험 프리미엄이 확대되면 금융 조달 비용도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원유 운송 경로를 다변화하거나 시공 방식 변화를 통해 원가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동남아시아 등을 활용한 새로운 운송 루트를 확보하려면 설비 투자가 필요한 중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단기간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모듈러 주택 등 탈현장(OSC) 공법 역시 유류비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철근·콘크리트 공법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신성장전략연구실장은 “현재 중동 위기는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보다 건설업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며 “원가 상승뿐 아니라 공사 수요 감소까지 겹치면서 건설 시장이 공급과 수요 두 측면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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