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동맹 줄세우기 나선 트럼프…무역합의·관세까지 연동 압박

  • 독일엔 감사, 스페인엔 교역 차단 압박…영국엔 "처칠 아니다" 직격

  • 협조국·비협조국 먼저 나눈 뒤 통상 카드 꺼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전을 계기로 유럽 동맹국을 공개적으로 구분하기 시작했다. 독일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치켜세웠고, 스페인에는 무역 중단 가능성까지 꺼냈다. 영국을 향해서도 “처칠이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전쟁 협조도와 무역합의, 추가 관세를 하나로 묶어 동맹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만나 독일이 미군의 기지 접근을 돕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스페인에 대해서는 이란 공습 관련 임무에 자국 기지 사용을 허용하지 않았다며 “모든 무역을 끊을 수 있다”고 압박했다. 영국을 향해서도 디에고 가르시아 공군기지 운용 협의가 지연됐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번 발언은 협조국과 비협조국을 먼저 나눈 뒤 통상 카드를 꺼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는 독일에는 안보 협조를, 스페인에는 교역 차단 가능성을, 영국에는 동맹 신뢰 문제를 각각 거론했다. 통상 압박을 별도 현안이 아니라 안보 기여도에 따른 보상과 불이익의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신호에 가깝다.
 
스페인을 향한 압박은 특히 강했다. 트럼프는 스페인이 나토 회원국 중 국방비 지출 목표 상향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국가라고 비판한 데 이어, 스페인과의 모든 사업을 중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스페인 남부 로타·모론 기지에서 항공기 15대를 다른 곳으로 옮긴 점도 이런 갈등과 맞물려 언급됐다. 스페인 정부는 국제법과 미국·유럽연합(EU) 간 통상 합의를 언급하며 반발했다. 미국의 2025년 대스페인 무역수지는 48억달러 흑자였다.
 
영국을 향한 압박 역시 같은 맥락이다. 영국은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에 처음부터 전면 동참하지 않았고, 키어 스타머 총리는 군사 행동에는 명확한 법적 근거와 계획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 제한적·방어적 목적의 기지 사용은 허용했지만, 트럼프는 디에고 가르시아 활용이 늦어졌다며 “우리가 상대하는 것은 윈스턴 처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쟁 협조의 범위뿐 아니라 속도까지 동맹 평가 기준으로 올려놓은 셈이다.
 
이 발언은 최근 트럼프의 새 관세 구상과도 맞물린다. 미 연방대법원이 기존 관세에 제동을 걸자 트럼프는 무역법 122조를 꺼내 전 국가 대상 10% 임시 글로벌 관세를 부과했고, 최대 15%까지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기존 무역합의 틀은 유지하더라도, 그 대가로 동맹국들에 안보 협조와 투자,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를 더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실제 집행은 발언만큼 단순하지 않다. 스페인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어서 미국이 스페인만 떼어 별도 통상 조치를 밀어붙이기 어렵다. 메르츠 총리도 트럼프에게 스페인은 EU의 일부여서 개별 배제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스페인과 교역을 사실상 끊는 수준의 조치를 하려면 국가비상사태 선포 등 추가 법적 문턱도 넘어야 한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그는 이란전을 계기로 유럽 동맹의 군사 협조, 국방비 부담, 대미 통상 관계를 별개 사안으로 보지 않기 시작했다. 안보에 더 협조한 국가는 우대하고, 거리를 둔 국가는 무역과 관세로 압박하는 구조다. 미국·유럽 관계를 다시 흔드는 변수는 관세율 자체보다 전쟁 협조도가 통상 조건으로 옮겨붙는 이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외교·통상업계 관계자는 “트럼프식 압박은 관세 숫자보다도 동맹국별 협조 수준을 거래 조건으로 바꾸는 데 초점이 있다”며 “유럽 입장에선 안보와 통상을 분리해 대응하기 더 어려워진 국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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