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컬럼] 미군 사망, 트럼프의 보복선언

  • 보복의 문이 열렸다…중동 전쟁 어디까지 가나

"미군의 죽음은 반드시 복수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동 군사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미군 사망자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란을 향해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작전은 계속될 것”이라며 추가 군사 행동을 예고했다. 미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미군의 희생은 보복으로 이어질 것이며 군사 작전도 계속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플로리다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백악관으로 가기 위해 에어포스원에 오르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플로리다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백악관으로 가기 위해 에어포스원에 오르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이란의 메시지도 강경하다. 이란 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침략 행위”로 규정하며 자위권 행사에는 “한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중동 전역의 미군 거점과 관련 시설을 겨냥한 보복 공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미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중동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으며 군사 충돌은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미국의 보복 다짐과 이란의 보복 선언이 동시에 등장한 순간, 중동 분쟁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졌다. 군사적 긴장이 아니라 보복의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국제정치에서 분쟁의 성격이 바뀌는 순간은 따로 있다. 미사일이 발사되는 순간이 아니라 사망자가 발생하는 순간이다. 특히 강대국 군인의 희생이 확인되는 순간 분쟁은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정치적 전쟁으로 성격이 바뀐다.


이번 사태가 바로 그 지점에 도달했다. 미군 사망은 미국 정치와 여론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변수 중 하나다. 미국 대통령이 군사 작전을 확대하거나 강력한 보복을 단행할 정치적 명분이 만들어진다. 역사적으로도 미국이 군사 행동을 확대하는 계기는 대부분 자국 군인의 희생이었다.


베트남 전쟁의 확대 역시 통킹만 사건 이후 이루어졌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역시 미국 본토 공격 이후 시작됐다. 강대국의 정치 지도자는 자국민의 희생 앞에서 군사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


지금 중동에서 나타나는 상황 역시 이러한 역사적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군 사망이 발생한 이후 미국 지도부의 발언은 더욱 강경해졌다. 동시에 이란 역시 보복 의지를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

장병 독려하는 이스라엘 참모총장사진연합뉴스
장병 독려하는 이스라엘 참모총장[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양측이 동시에 보복을 선언하는 상황에서는 분쟁이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중동 지역은 역사적으로 작은 충돌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된 사례가 많다. 종교와 정치, 자원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 역시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보복과 재보복이 이어지는 순간 분쟁은 점점 더 큰 충돌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군사 충돌이 중동 지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도 빠르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이번 사태의 핵심 변수는 에너지 시장이다. 중동은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중심이다. 세계 원유 생산과 수송의 상당 부분이 이 지역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이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통로다. 세계 경제의 에너지 동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이 해협 주변에서는 긴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선박 공격과 운항 차질이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유조선은 항로를 변경하고 있다. 해상 보험료 역시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쟁이 경제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다.


에너지 시장은 지정학적 위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국제 유가 상승 가능성이 빠르게 거론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상황이 악화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유가 상승은 단순한 원자재 가격 문제가 아니다. 유가는 세계 경제의 물가와 금리, 환율을 동시에 움직이는 핵심 변수다. 유가가 상승하면 물가가 오르고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금리가 움직이면 금융시장과 자본 이동이 동시에 흔들린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더욱 민감한 문제다. 한국은 원유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중동 의존도도 높은 구조다. 유가 상승은 곧 제조업 비용 증가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세계 경제는 높은 금리와 성장 둔화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겹치면 경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의미는 경제 문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국제질서의 변화다. 세계는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 강대국 경쟁이 다시 국제정치의 중심으로 돌아오고 있다.


중동 충돌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나타나는 사건이다. 미국과 이란이라는 국가가 직접 군사적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선 의미를 갖는다.


세계는 다시 힘의 국제질서로 이동하고 있다. 군사력과 전략 경쟁이 국제정치의 중심이 되는 시대다. 미·중 전략 경쟁, 러시아 전쟁, 중동 충돌은 모두 같은 흐름 속에서 나타나는 사건들이다.


지금 세계는 또 하나의 갈림길에 서 있다. 중동에서 시작된 군사 충돌이 어디까지 확산될 것인지, 그리고 세계 경제와 국제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아직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미국의 보복 다짐과 이란의 보복 선언이 동시에 등장한 지금, 중동 분쟁은 새로운 단계로 들어섰다.


전쟁의 방정식이 바뀌었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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