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작은 장면으로 기억된다.
한 나라의 이미지는 거대한 정책보다 거리의 풍경에서 결정된다. 깨끗한 거리, 질서 있는 인파, 친절한 상인. 관광객이 처음 만나는 그 장면이 곧 국가의 브랜드가 된다.
최근 서울의 두 거리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한때 쓰레기로 몸살을 앓던 명동과 성수동이 달라졌다. 변화의 출발점은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현장의 작은 아이디어였다.
명동 노점상 거리에는 요즘 새로운 팻말이 붙어 있다.
“쓰레기 대신 버려드립니다.”
관광객이 길거리 음식을 먹고 쓰레기를 들고 두리번거리면 노점상들이 손짓해 받아준다. 어디서 산 음식이든 상관없다. 종량제 봉투를 걸어두고 대신 처리해 준다. 물건을 사지 않아도 괜찮다.
이 작은 변화 하나로 거리의 풍경이 달라졌다.
2년 전 명동은 ‘쓰레기 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무단투기 금지 팻말 바로 옆에 쓰레기가 쌓였고 길거리 곳곳에는 음식 포장지와 컵이 굴러다녔다. 하루 평균 배출되는 쓰레기만 25~30톤, 연말에는 40톤 가까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노점상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받아주기 시작하면서 거리의 쓰레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 행정과 상인이 협력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성수동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다.
카페 거리로 유명한 성수는 지난해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컵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길바닥과 화단 위에 컵이 쌓이는 장면이 흔했다. 팝업스토어와 의류 매장들이 음료 반입을 제한하면서 사람들이 길거리에 컵을 버리고 들어가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동식 음료컵 수거함’이다.
성수역 일대에는 약 200m 간격으로 컵 수거함이 설치됐다. 그 결과 길거리에 쌓이던 컵들이 사라졌다. 지금도 하루 3000~4000개의 컵이 수거되지만 거리는 훨씬 정돈된 모습이다.
이 두 변화는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도시는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버리기 쉽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면 된다.
이제 서울은 또 하나의 시험대를 앞두고 있다.
오는 21일 광화문에서 열리는 BTS 공연이다.
전 세계에서 팬들이 몰려온다. 공연을 보기 위해 며칠 전부터 광화문 주변에서 밤샘 대기를 할 가능성도 크다. 일부 팬들은 티켓이 없어도 공연이 보이는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노숙을 감수할 수도 있다.
경찰이 고민에 빠진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한 대기나 노숙은 법적으로 단속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설득과 현장 관리 중심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상황은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다.
광화문 공연은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다.
전 세계 팬들이 실시간으로 지켜볼 대한민국의 장면이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 질서 있게 운영되고, 공연 전후 거리까지 깨끗하게 유지된다면 그 장면 자체가 강력한 국가 홍보가 된다.
한국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음악만이 아니다.
질서 있는 시민 문화
효율적인 행정
깨끗한 도시 환경
이 모든 것이 합쳐져 하나의 이미지를 만든다.
지금 명동과 성수에서 나타난 변화는 바로 그런 가능성을 보여준다. 노점상과 행정이 협력해 쓰레기를 줄였고, 간단한 수거 시스템으로 거리 환경을 개선했다.
광화문 공연에서도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
경찰은 인파 관리와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종로구와 서울시는 공연 전후 대규모 쓰레기 수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동식 쓰레기 수거함, 임시 수거 인력, 거리 청소 체계를 사전에 준비하면 충분히 관리 가능한 문제다.
이런 준비가 성공하면 세계는 또 하나의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수십만 명의 팬이 모인 광장에서
공연이 끝난 뒤에도 깨끗한 거리.
그 장면은 SNS와 영상으로 전 세계에 퍼질 것이다.
국가 브랜드는 거대한 광고 캠페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런 장면들이 쌓여 만들어진다.
BTS가 음악으로 세계를 움직였다면,
서울은 도시의 품격으로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다.
깨끗한 거리도 K-브랜드다.
그리고 그 브랜드는
광화문에서 또 한 번 만들어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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