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항공(JAL)과 JR동일본이 지난달 6일 '지방 창생'(地方創生·지방 활성화를 뜻하는 일본의 정책 용어)을 위한 포괄적 연계 협정을 체결하며 '적대적 경쟁'의 종언을 고했다. 1987년 국철 민영화 이후 30년 넘게 동일본 지역의 주도권을 놓고 비방 광고까지 서슴지 않으며 대립해 온 양사가 손을 잡은 배경에는 '도호쿠(東北) 지역의 소멸'이라는 실존적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해 정주 인구가 급감하면서 개별적인 영역 지키기만으로는 인프라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한 실리를 택한 것이다.
양사의 협업은 광역 관광 모델 개발과 '관계 인구' 창출이라는 두 가지 축을 바탕으로 추진된다. 가장 파격적인 대목은 2029년 도입을 목표로 하는 '항공·철도 일체형 티켓'이다. 현재도 JAL 홈페이지에서 JR동일본 티켓을 구매할 수는 있지만 예약 시스템이 서로 분리되어 있어 소비자가 별도의 티켓을 발권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단 한 번의 예약으로 비행기 편명과 열차 번호가 동시에 부여되는 '코드셰어' 방식을 도입해 환승 편의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러한 '심리스(Seamless)' 전략이 도호쿠 지역에 집중된 이유는 해당 지역의 노선 수익성이 한계치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현재 JAL의 도호쿠 15개 노선 중 하네다-아오모리(69.4%), 하네다-아키타(70.3%) 등의 이용률은 국내선 평균(78.3%)을 크게 밑돌고 있다. 점유율 측면에서도 2003년 36%였던 도쿄-아오모리 구간 항공 점유율은 2023년 28%까지 떨어진 반면, 신칸센 점유율은 67%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JR동일본 역시 웃을 수 없는 처지다. 도호쿠 지역 내 수송 밀도가 낮은 적자 노선의 영업 손실은 연간 790억 엔(약 7332억원)에 달하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항공과 철도의 결합은 물류 분야에서 이미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신칸센의 속도와 항공의 국제망을 결합한 'JAL de Hako-Byun(하코뷴)' 서비스는 물류 시간의 혁신을 불러왔다. 도호쿠와 호쿠리쿠 지역의 특산품을 신칸센으로 도쿄역까지 운송한 뒤 하네다 공항에서 국제선으로 환승시키는 이 서비스는, 기존 트럭 수송 대비 운송 시간을 절반 이하인 12시간대로 단축했다. 이는 인구 감소로 노동력이 부족해진 물류업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지방 생산자의 해외 판로를 여는 생명선 역할을 하고 있다.
양사의 이번 행보는 유럽의 선진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이기도 하다. 독일의 루프트한자와 독일철도(DB), 프랑스의 에어프랑스와 프랑스 국철(SNCF) 등은 이미 항공편과 열차가 일체화된 티켓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이러한 협력은 과거의 극심한 대립 관계를 생각하면 파격적이다. 1997년 아키타 신칸센 개통 당시 JR동일본은 비행기에서 내린 승무원이 신칸센에 오르는 조롱 섞인 광고를 내보낼 정도로 양사 간 경쟁은 치열했다.
지난달 6일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선 돗토리 미쓰코 JAL 사장과 기세 요이치 JR동일본 사장은 2024년 4월 1일 같은 날 취임한 '동기'라는 인연을 강조하며 서로의 기업 색상인 초록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진 차림으로 등장해 양사 간 협력을 다짐했다. 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재앙 앞에서 두 공룡 기업이 보여준 초협력은 국가 인프라의 붕괴를 막기 위해 기업이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인구 절벽이라는 공통의 난제 앞에 선 일본 기업들의 이 같은 행보는 동병상련의 처지인 우리나라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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