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0년간 790조 기후금융 공급…"녹색전환 '금융 드라이브'"

  • 기존 420조 계획보다 기간·규모 모두 확대

  • 지방·중소·중견기업 중심 자금 집중 투입

  • 대산 석화 사업재편에도 2조 금융지원 발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4차 생산적금융 대전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4차 생산적금융 대전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정부가 향후 10년간 총 790조원 규모의 기후금융을 공급하기로 했다. 기존 계획(7년간 420조원)보다 기간과 금액을 모두 확대하는 것으로, 상향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금융 측면에서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녹색전환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과제로 떠오르면서 정책금융을 앞세워 민간 투자까지 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4차 생산적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국내 경제와 기업의 녹색전환(GX)을 지원하기 위한 기후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향후 10년간 기후금융 공급 규모를 790조원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2024년 발표돼 현재 이행 중인 7년간 420조원 공급 계획보다 지원 규모와 기간이 모두 늘어난 수준이다.

이번 확대 방안은 정부가 지난해 11월 국제사회에 제출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이행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2035년까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정부는 전체 공급 물량 가운데 50% 이상을 지방에, 7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탄소 감축과 산업 전환에는 장기간의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정책금융기관이 초기 위험을 분담해 기업 투자 불확실성을 낮추고 민간 자본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탄소 감축 활동을 지원하는 ‘한국형 전환금융’ 도입과 기후금융 정보 인프라 고도화에도 나선다. 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의 단계적 제도화를 추진해 중장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의무화도 검토한다.

녹색산업 지원 확대에 따라 현대자동차그룹의 친환경차 사업, SK·LG그룹의 이차전지 사업, 한화·두산그룹의 에너지 사업 등 주요 산업군과 관련 공급망 기업들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발표된 △은행 대출 위험가중치(RW) 조정 △지방금융 및 비상장주식 활성화 △투자은행(IB)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 정책에 이어 기후금융 확대까지 더해지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생산적금융’ 정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생산적금융은 부동산·단기 금융 중심 자금 흐름을 산업과 혁신 투자로 전환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의미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녹색전환은 단순한 환경 이슈를 넘어 산업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과제”라며 “산업 구조 혁신과 기술 고도화를 유도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생산적금융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충남 서산시 대산 석유화학단지 사업재편 첫 프로젝트에 대한 최대 2조원 규모 금융지원 방안도 발표했다. 은행권이 공동으로 상환 유예와 신규 자금 공급, 기존 대출의 영구채 전환 등을 지원해 사업 구조조정 과정의 충격을 완화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향후 3년간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의 채무 7조9000억원 상환이 유예되고, HD현대케미칼에는 최대 1조원 규모의 신규 자금 지원과 대출 구조 전환이 이뤄질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정책을 계기로 기후 대응이 환경 정책을 넘어 산업 금융 전략으로 본격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금융이 초기 위험을 부담하고 민간 자본을 유입시키는 구조가 자리 잡을 경우 국내 기업의 탈탄소 투자 속도도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가 대규모 기후금융 공급 계획을 제시하면서 향후 금융의 역할 역시 단순 자금 중개를 넘어 산업 전환을 견인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자금 집행 속도와 민간 투자 참여 여부가 정책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히면서, 이번 790조원 계획이 한국형 녹색금융 체계 구축의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