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성패를 가르는 정책은 언제나 따로 있다. 시대마다 다르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 그것은 단연 부동산이다. 이재명 정부가 ‘국민주권 정부’를 표방하며 개혁을 추진하는 이 시점에서, 집값 안정과 국토 구조 개편은 단순한 정책 과제가 아니라 국가의 방향을 시험하는 분수령이다.
주택은 상품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자리이며, 가정의 뿌리이고, 노동의 출발점이며, 노후의 안전망이다. 집값이 과도하게 오르면 시장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흔들린다. 청년은 출발선에서 멈추고, 결혼은 늦어지며, 출산은 미뤄진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끊어지고, 노력의 보상은 자산의 유무로 갈린다. 이쯤 되면 과도한 집값은 경제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병증이다. 망국병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오늘의 집값 문제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1970년대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진 수도권 집중의 누적 결과다. 산업과 금융, 교육과 의료, 문화와 일자리가 한 방향으로 쏠렸다. 수도권 집중은 한때 성장의 동력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힘은 균형을 깨뜨리는 무게가 되었다. 지방 대학은 존립을 걱정하고, 원도심은 공동화되며, 지역 경제는 활력을 잃었다. 지방 소멸이라는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닌 시대다.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5극 3특’ 구상은 이 구조를 정면으로 겨냥한 시도다. 수도권 1극 체제에서 벗어나 권역별 거점을 육성하고, 특별자치 축을 통해 지역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은 시혜적 균형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재설계다. 집값을 낮추는 가장 근본적인 길은 “서울이 아니어도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일이다. 지방이 살아야 수도권이 숨을 쉰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갖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국가균형발전의 큰 방향을 제시한 역사적 결단이었다. 그러나 외곽 신도시 중심의 개발은 일부 지역에서 또 다른 공동화와 생활권 분절을 낳았다. 정책의 의도는 옳았지만, 생활의 맥락을 충분히 설계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이 경험은 실패라기보다 교훈이다. 이제는 더 정교하고 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방을 살린다는 것은 기관 몇 곳을 옮기는 일이 아니다. 원도심의 기능을 되살리고, 그 기능이 주변으로 확장되도록 만드는 일이다. 교육과 의료, 문화와 산업, 교통과 주거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사람은 움직인다.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 삶의 조건이 정착을 결정한다. 정책은 지도 위의 점을 찍는 행정이 아니라, 사람의 일상과 동선을 설계하는 일이어야 한다.
최근 발표된 6만 호 주택 공급 역시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시장은 신호에 반응했다. 기대감은 형성되었다. 그러나 질문은 남는다. “실제로 지어질 수 있는가.” 그 의문은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책은 숫자로 발표되지만, 신뢰는 과정으로 축적된다.
6만 호는 처음부터 가능했던 숫자가 아니었다. 공공기관의 이해, 지자체의 부담, 노조의 우려, 주민의 반발이 얽혀 있었다. 부지 확보는 행정 절차가 아니라 설득과 조정의 연속이었다. 이 과정이 있었기에 6만 호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타협의 결과다. 정책은 발표로 완성되지 않는다. 실행으로 증명된다.
주택 공급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이해관계의 문제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이다. 그러나 공급을 미루면 청년의 기회가 줄어들고, 전세 불안은 확대되며, 인구 구조의 왜곡은 심화된다. 드러난 이해와 보이지 않는 비용 사이에서 정책은 균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정부가 지켜야 할 원칙은 분명하다. 첫째는 신뢰다. 세제와 금융, 공급 로드맵은 일관되어야 한다. 신호가 흔들리면 시장은 더 요동친다. 둘째는 공정이다. 투기 기대를 차단하고 실수요자의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 셋째는 속도와 숙의의 균형이다. 늦으면 기회를 잃고, 서두르면 갈등을 낳는다. 넷째는 지방의 자생력이다. 수도권만 억누르면 기업은 해외로 나가고 청년은 방황한다. 지방이 기회의 공간이 되어야 전체가 안정된다.
부동산은 정치의 소재였지만, 이제는 국가 생존의 문제다. 집값 안정은 누가 더 강하게 규제하느냐의 경쟁이 아니다. 누가 더 설득력 있게 구조를 바꾸느냐의 경쟁이다. 수도권 과밀과 지방 소멸을 동시에 완화하는 균형 발전이 곧 부동산 안정의 본류다.
과도한 집값은 국가의 혈관을 막는다. 그러나 구조를 바로잡으면 길은 열린다. 5극 3특 체제, 수도권 완화 전략, 실수요 중심의 공급 확대가 하나의 설계도로 맞물릴 때 비로소 국토의 체질은 바뀐다. 선언은 출발일 뿐이다. 실행이 역사를 만든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것은 한 정권의 성과를 넘어 대한민국의 다음 50년을 결정하는 문제다.
기본 원칙과 상식에 충실한 정책, 강단 있는 실행, 그리고 유연한 조정이 결합될 때, 망국병은 국가 재건의 기회로 바뀔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흔들림 없는 의지와 치밀한 설계다.
집은 삶의 토대다. 그 토대를 바로 세우는 일에 성공하지 못하면 어떤 개혁도 완성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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