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병원에 화장장 설치"…한은, 초고령사회 파격 제안

  • 한은 '초고령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 발표

  • 대도시 병원 장례식장 내 소규모 화장시설 설치 제안

  • 요양시설 공급엔 '귀속임대료' 이용자 부담으로 대응

화장 장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행이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급증하는 생애 말기 필수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도시 병원 장례식장 내 소규모 화장시설 설치를 제안했다. 동시에 대도시 노인요양시설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 토지·건물 보유에 따른 귀속임대료를 이용자가 일부 부담하는 방안도 함께 내놨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10일 연세대 인구와 인재 연구원과 공동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초고령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 보고서를 발표했다. 초고령화로 생애 말기(임종 전 1~2년) 돌봄·요양·장례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수요가 몰리는 대도시권에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지역 간 수급 미스매치가 구조화되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망 전 1~2년의 중증 돌봄 및 임종 준비가 필요한 생애말기 고령인구는 2001년 14만8000명에서 지난해 29만2000명으로 증가했으며, 2050년에는 63만9000명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장기요양·돌봄·장례 등 필수 서비스 공급은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대표적으로 화장시설은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2000년 이후 사망자 수는 연평균 1.5% 증가한 반면, 화장 건수는 연평균 6.0%로 더 빠르게 늘었다. 화장률은 2000년 33.5%에서 2024년 94.0%로 급등하며 장례 방식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노인요양시설은 2008년 이후 '생애말기 고령인구'와 '일상생활활동 제약 고령인구'가 각각 연평균 3.6%, 4.2% 늘어나는 동안, 요양시설 입소 현원은 연평균 8.0%로 2배 빠르게 늘었다. 그러나 선호도가 높은 국민건강보험공단 평가 A·B등급 시설 비중은 38%에 그쳐, 상위 시설은 1년 이상 대기가 발생하는 반면 하위 시설은 정원 미달을 겪는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은은 지역 간 수요·공급 불일치가 전체 수급 불균형을 키우고 있다고 봤다. 서울과 전북을 비교하면 격차가 뚜렷하다. 2024년 기준 노인요양시설 잔여정원(정원-현원)의 경우 서울은 생애말기 고령인구 대비 3.4%로 거의 포화 상태인 반면 전북은 12.4%로 여유가 있다. 화장시설 가동여력(적정가동건수-실제 화장건수)도 서울은 사망자 수 대비 -11.7%로 과부하 상태인데 전북은 116.2%에 달한다.

한은은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수요자가 체감하는 유효 공급이 제약되고 있다"며 "노인요양시설 및 화장시설의 수급 불균형은 법률적·행정적 제약으로 인해 수요가 집중된 지역일수록 비용 대비 공급자의 편익이 낮아지는 '인센티브 불일치'에서 비롯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해결책으로 '병원 장례식장 내 소규모 화장시설' 도입을 제시했다. 기존 공간을 활용한 대도시 내 소규모·분산형 공급 방식으로 심리적 거부감과 혜택 전체 공유·비용 일부 집중 구조를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임종·장례·화장'을 한 공간에서 마무리하여 유족 편의를 높이고 시설 분포의 불균형을 완화하여 지역 갈등도 줄여준다는 이점도 제시했다. 

한은 관계자는 "엄격한 환경·안전 기준을 통해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동시에, 설치를 제약하는 의료법 및 용도지역 관련 규제를 정비하고, 설치비 및 기술 지원 등을 통해 민간 공급 생태계 조성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현행과 같이 공적으로 보장하되 토지·건물 소유에 따른 기회비용인 귀속임대료(Imputed Rent)는 법정 비급여 항목으로 분리해 이용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도시의 높은 부동산 비용이 보전되어 도심 내 안정적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일부 이용자의 부담을 보완하기 위해 '사전 저축 제도'나 '주택연금 연계' 등 방안을 병행하고 비용에 상응하는 질을 담보하기 위해 시설 이동 장벽을 보다 낮추는 제도적 장치도 강화해야 한다는 게 한은의 제언이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는 관리·감독과 안전망 구축에 집중하고 민간은 공급 주체로서 자본과 효율성을 발휘하는 '산업적 관점'의 접근이 요구된다"며 "시장 진입장벽 제거와 인센티브 구조 개편 등 규제 정비가 필수적이며 개혁이 지연될수록 미래 세대에 부담이 전가되는 만큼 선제적 공급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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