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이 8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창당 이후 최다 의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둔 가운데 일본 진보 성향 언론을 중심으로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을 향해 일방적 국정 운영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랐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중의원 전체 465석 가운데 3분의 2를 웃도는 316석을 차지했다. 이는 기존 의석(198석)보다 약 60% 늘어난 규모로, 지역구 289곳 중 249곳에서 승리했다. 1945년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단일 정당이 중의원에서 개헌안 발의가 가능한 의석수(3분의 2 이상)를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으로 다카이치 총리가 압도적인 의석 수를 기반으로 강경 우파 성향의 정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9일 사설에서 "우파 색이 강한 다카이치 정권에 '중도'를 내걸고 도전한 중도개혁 연합이 참패했다"며 다카이치 총리가 '국론을 양분할 정책' 실현에 돌진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어 "선거 승리는 유권자의 '백지 위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론을 양분하지 않도록 주의 깊게 합의 형성에 힘쓰는 것이 지도자의 책무이며, 억지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사회 분단을 조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다카이치 총리가 유권자에게 충분한 판단 재료를 제시했다고 할 수 없다"며 강경 보수 성향의 일본유신회와 새로운 연정 구상 등을 계기로 '중요한 정책 전환'에 대해 질의했지만 답변이 모호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선거 과정에서 방위비 증액과 스파이 방지법 등 논쟁적 사안에 대한 언급이 자제됐지만, 향후 유신회와의 연정 과정에서 3대 안보 문서 조기 개정, 무기 수출 규제 완화, 국기 훼손죄 제정, 옛 군대 계급 호칭 부활, 군수 공장 일부 국영화 등이 추진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다카이치 총리가 개헌에 대한 대응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한 뒤 "국론을 양분하는 주제만 있는데, 결론을 정해놓고 추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마이니치신문도 총선 관련 사설에서 "개별 정책 논쟁을 하기보다 인가 투표로 몰고 가 '돌풍'을 일으키는 데는 성공했다"며 "다카이치 총리의 정치 기반이 비약적으로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직 정권의 실적은 충분하지 않다"며 국론을 양분할 수 있는 정책들이 평화 국가 일본의 국가 정체성과 직결된 사안임에도 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의원에서는 여당이 주도권을 잡게 됐지만, 참의원(상원)은 여당이 과반에 약간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독단에 빠질 경우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전임자인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역시 자민당 압승과 관련해 "백지 위임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인추오TV에 출연해 "중요한 것은 실적에 대한 평가이며, 이는 다카이치 총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의석을 얻었다고 해서 뭐든 해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해산으로 당내에서도 정책이 논의되지 않았다"며 소비세 감세의 재원 마련, 무기 수출 규제 완화, 핵무기 보유·제조·반입을 금지한 '비핵 3원칙' 재검토 등에 대한 숙의 부족을 지적했다.
보수 성향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압승은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기대치'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 기대가 시들지 않도록 총리는 거만해지지 말고 정권 운영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요미우리는 방위력 강화를 위한 3대 안보 문서 개정과 국가정보국 창설 등에 대한 다카이치 총리의 의욕을 언급하며 국내외 불안정 요인이 산적한 상황에서도 국민이 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정책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신임을 얻었다"며 방위산업 육성, 방위비 증액, 정보 수집 능력 강화, 개헌 논의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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