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실란트는 보험이 되는데 왜 불소는 보험이 안되나요?” 며칠 전에 진료실에서 보호자에게 듣게 된 아주 날카로운 질문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왜 불소도포는 한국에서 건강보험 급여에서 빠졌을까요? 이 사안은 의학적 필요성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설계와 정책 선택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한국에서 불소도포가 건강보험 급여에서 제외된 이유는 불소의 충치 예방 효과가 인정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국가건강보험이 ‘치료 중심 급여 구조’를 유지해 왔고, 예방 행위 전반에 대해 급여 편입 기준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해 왔기 때문입니다. 즉, 정책적 선택의 결과이지 의학적 부정이 아닙니다.
불소도포의 효과는 ‘의학적으로’ 이미 결론이 난 사안입니다 불소도포의 치아 우식(충치) 예방 효과는 1930년대에 불소와 충치 감소의 관찰적 상관관계를 발견한 이후 1940년에 불소의 우식 예방 기전에 대한 과학적 설명 확립되었으며, 해외에서는 1950년대에 수돗물 불소화 운동이 시작되고 이후 불소치약 등이 전세계적으로 시판되었습니다.
다만 한국 건강보험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치료가 필요한 상태’를 급여의 출발점으로 삼아 왔습니다. 건강보험은 필요성과 즉시성을 중시합니다.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문제가 커지는 상황에는 비교적 명확하게 급여가 적용됩니다. 그러나 불소도포처럼 ‘지금 하지 않아도 당장 아프지는 않지만, 하지 않으면 미래의 위험이 커지는 행위’는 제도 안에서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효과를 수치로 분리해 증명하기 어렵고, 대상자 범위도 광범위해집니다. 그 결과 예방은 늘 재정 부담이라는 이름으로 뒤로 밀립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러한 선택이 장기적으로는 더 큰 비용을 부른다는 사실입니다. 예방에 쓰이지 않은 비용은 결국 치료 단계에서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흥미롭게도 한국에서의 불소도포가 제도 밖으로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닙니다. 보건소 아동 구강보건사업, 학교 기반 예방 프로그램 등 공공보건 영역에서는 불소도포가 지속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가 불소도포의 예방 효과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건강보험 급여라는 방식에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아의 불소도포를 치과에서 해야하느냐 소아과에서 하면 안되느냐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누구나 비용 부담 없이 그리고 손쉽게 치아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큰 틀의 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예방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인식이 우리 나라 국민들의 의식과 건강보험 제도에 정착되는 그 날을 기다려봅니다.
서울대학교 치의학 전문대학원 석사
보건복지부 통합치의학 전문의
현 치과의사 겸 의료 전문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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