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경기 체감이 3년 11개월째 부정적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다시 80대로 내려앉으면서 산업 현장의 불안이 단기 조정을 넘어 구조적 부담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심리 위축이 아니라, 한국 제조업이 직면한 현실적 제약을 직시해야 한다는 경고다.
다만 이 위기를 하나의 원인이나 하나의 해법으로 단순화해서는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없다. 제조업 경쟁력 약화는 고임금 구조, 글로벌 공급망 재편, 중국의 기술 추격, 인구 구조 변화, 수요 산업 이동 등 복합적 요인이 중첩된 결과다. 섬유·의복, 전자·통신장비 등 주력 업종의 부진 역시 기술 도입의 지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산업 구조와 시장 환경이 바뀌는 과정에서 누적된 압력의 결과다.
그렇다고 기술 전환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반 공정 혁신, 자동화와 지능화는 여전히 제조업 생존을 위한 핵심 수단이다. 그러나 **AX(AI Transformation)는 위기의 ‘해답’이 아니라 ‘도구’**다. 산업별 특성과 비용 구조, 노동 대체 가능성, 글로벌 경쟁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AX를 만병통치약처럼 제시하는 것은 현실을 오히려 왜곡할 수 있다.
최근 일부 자산시장의 반등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주식 시장은 현재의 실적뿐 아니라 미래 성장 기대를 반영한다. AI, 반도체, 첨단 제조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 기대가 실물 투자와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금융과 실물 간 괴리는 결국 비용으로 돌아온다. 문제는 주가 상승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대를 산업 현장에서 실현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 있는가다.
정책의 초점 역시 보다 현실적으로 재조정돼야 한다.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는 이유는 의지 부족이 아니라 여력 부족일 가능성이 크다. 고금리와 수요 둔화 속에서 생존이 우선인 기업들에게, 초기 비용이 큰 기술 전환을 주문하는 것만으로는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규제 완화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금융 지원, 세제 인센티브, 공동 인프라 구축, 산업별 맞춤형 전환 로드맵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
제조업 위기의 해법은 하나가 아니다. 기술 전환, 산업 구조 재편, 인력 재훈련, 시장 다변화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AX는 그 가운데 중요한 축이지만, 전체 전략을 대신할 수는 없다. 기본과 원칙, 상식의 관점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을 감당할 수 있는 전환의 설계도다. 제조업을 다시 움직이게 하려면, 기술보다 먼저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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