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KRX)가 정규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하면서 자산운용사들도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앞서 12시간 거래체제를 도입한 넥스트레이드의 경우 일부 종목만 거래 대상이었으나 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은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하는 구조여서 예탁결제원, 사무관리회사까지 이어지는 전반적인 ETF 생태계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오는 6월까지 오전 7시부터 8시까지 운영되는 프리마켓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운영되는 애프터마켓을 도입해 12시간 거래체계를 구축할 것을 계획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되지 않은 상황이다. 거래시간 연장이 추진될 경우 자산운용사 역시 노무 부담 문제에서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소는 지난해 3월 출범한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NXT)가 이미 12시간 거래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거래시간 연장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거래소의 경우 넥스트레이드와 달리 매매 체결 대상에 ETF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만 봐도 시장 참여자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게 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TF의 거래시간이 늘어날 경우 생기는 단적인 문제는 유동성공급자(LP)의 부재다. LP들은 계약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해 거래 공백을 막고 ETF 가격과 순자산가치(NAV)간 괴리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LP가 없을 경우 ETF 호가창의 스프레드가 넓어지면서 주문 체결이 어려워진다. 거래량이 적고 인기가 없는 ETF일수록 이런 부작용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만약 연장된 거래시간에도 LP 호가 조성 의무가 부여된다면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뿐 아니라 연계된 사무관리회사, 예탁결제원, 수탁회사 등 전 ETF 생태계에서 인력 및 비용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실시간 ETF 유동성 호가 조성에 따른 설정·해지 업무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거래 인프라 측면의 리스크도 문제로 꼽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는 거래 시간 중 실시간 기준가격 산출 및 지수 데이터가 정상적으로 공급되어야 거래되는 가격 기준점을 잡을 수 있다"며 "거래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정상 산출, 검증 등을 유지하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운영 및 전산 리스크도 확대된다"고 말했다.
거래소도 이런 부담을 의식해 거래시간을 연장할 경우 ETF LP의 호가 제공을 의무화하지 않고 선택사항으로 두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ETF는 구조상 LP를 통한 실시간 유동성 공급이 가격 형성의 핵심인 만큼 선택사항이라는 설명만으로는 투자자 불편과 시장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결국 노무 문제, 연계 기관의 업무 부담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거래 시간 연장의 핵심 쟁점이 되는 셈이다. 운용업계 내부에서는 당장 LP 의무화가 이뤄지지 않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LP가 의무화될 경우 예탁결제원, 자산운용사 모두 인력 확충과 공시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에 어려움이 크다"며 "상품 관리차원에서 LP를 붙일 수도 있으나 개별 회사에서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부담이 따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당초 이번주에 회원사를 대상으로 거래시간 연장과 관련한 설명회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22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가 거래시간 연장 반대 기자회견에 나서면서 일정을 지연했다. 복수의 자산운용사들은 거래시간 연장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시장 운영안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확정할 수 있어 현재로서는 답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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