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국시 실기 채점기준 공개 소송 패소…법원 "비공개 타당"

  • "문제은행 방식 특성상 노출 시 변별력 상실"

  • "주관성 논란·비용 부담 커져 평가 기능 약화"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사진연합뉴스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사진=연합뉴스]

의사 국가시험(국시) 실기시험에 불합격한 응시자가 채점기준을 공개하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해당 내용을 공개할 경우 실기시험의 존립이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양순주 부장판사)는 A씨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에서 통과 문제 수 5개, 총점 717,897점을 받고 불합격했다. 당시 실기시험의 문제 조합별 총점 기준 합격선은 718점이었고 통과 문제 수 기준 합격선은 6개였다.

그는 통과하지 못한 문제에 대해 국시원에 △평가 요소 △수행 수준과 관련된 채점 척도 관계와 단계별 점수 △척도별 수행 특성 △합격선과 불합격의 기준 점수 등 공개를 청구했다.

국시원은 작년 2월 A씨에게 이 사건 정보는 '시험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성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를 근거로 들어 비공개 결정을 했다.

이에 A씨는 "시험이 종료돼 정보를 공개한다고 해서 업무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실기시험이 문제은행 출제방식으로 운영되고 문제별 평가 내용과 방법을 매년 변경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문제은행 방식에서 채점항목의 내용과 구성이 공개되는 경우 응시자들은 병력청취, 신체진찰, 환자와 의사소통 등 전반적인 능력 향상을 도모하기보다는 공개된 항목만을 기준으로 준비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실기시험을 통해 온전한 능력을 측정하는 데 상당한 지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실기 채점항목 내용과 구성을 공개하면서 동시에 변별력을 유지하려면 매년 항목을 변경하거나 구성을 달리할 필요가 있는데, 시험에 출제할 수 있는 임상표현과 기본진료술기가 정해져 있어 문제별 평가 내용과 방법을 변경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설령 가능하더라도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고, 이미 검증된 평가 내용과 방법을 활용할 수 없어 해가 갈수록 지엽적 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나아가 "실기 채점항목은 과목 특성상 어느 정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데 내용과 구성을 공개할 경우 정합성을 둘러싼 시시비비에 휘말리는 상황이 초래될 우려가 높다"며 "평가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해 궁극적으로 실기시험의 존립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부분 공개를 하면 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서는 실기시험의 채점 항목은 평가 내용과 방법이 상호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어 공개가 가능한 부분과 불가능한 부분을 용이하게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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