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로텐더홀에서 이어지고 있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단식은 정치의 작동 방식 자체를 되돌아보게 한다. 통일교·공천헌금 의혹에 대한 ‘쌍특검’ 수용 요구는 단순한 정치 공방이 아니라, 의혹을 해소하는 제도가 국민적 신뢰를 얻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정치는 말과 제도로 갈등을 조정하는 영역이다. 그러나 단식과 같은 극단적 선택이 반복된다는 사실은, 제도적 논의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다는 인식이 정치권 전반에 확산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때 단식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데 머물면 논의는 공전한다. 핵심은 제기된 의혹을 어떤 절차로, 얼마나 투명하게 해소할 수 있는가다.
해외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미국은 기존 수사 체계의 공정성 논란이 커질 때 독립검사나 특별검사 제도를 가동해 왔다.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도입된 독립검사 제도는 권력형 비리 의혹을 제도 안에서 다루기 위한 보완 장치였다. 제도의 남용 논란이 뒤따르자, 미국은 권한과 기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손질했다. “문제가 드러나면 제도를 폐기하기보다 보완한다”는 접근이었다.
영국 역시 의회와 정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때, 외부 독립조사위원회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해 왔다. 정치적 책임과 형사 책임을 구분하고, 조사 과정과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논쟁을 제도적 절차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갈등을 거리에서 해결하기보다, 제도 안에서 흡수하려는 선택이다.
특검을 둘러싼 국내 논쟁도 이 연장선에서 볼 필요가 있다. 특별검사제도는 기존 수사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때 작동하도록 마련된 합법적 장치다. 특검 요구가 정치적 목적을 띠는지, 권력 감시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지는 감정이 아니라 설계로 판단해야 한다. 수사 범위와 기간, 임명 절차의 중립성, 결과 공개 방식이 명확할수록 논쟁은 소모전을 벗어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의혹 제기에 대해 설명 책임을 다하고, 제도적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야당 역시 문제 제기를 넘어, 논의를 진전시킬 구체적 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단식은 경고의 메시지가 될 수는 있지만, 해답을 대신할 수는 없다.
고대 그리스의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법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때 존중받는다”고 말했다. 법치의 신뢰는 선언이 아니라 작동에서 나온다. 정치의 역할은 갈등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다시 움직이도록 만드는 데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식의 의미를 둘러싼 공방이 아니라, 제기된 의혹을 어떤 절차와 기준으로 규명할 것인지에 대한 차분한 합의다. 그것이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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