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과학기술이 국가와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기술패권 시대에 미래 기술 트렌드를 제시하는 CES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제 CES 2026이 우리 기업과 정부에 던진 시사점과 전략적 방향을 입체적으로 정확히 분석하여 대응 전략을 만들 때다.
첫 번째 시사점은 AI(인공지능) 대전환의 확산이다. CES 2026의 핵심은 제품에 AI를 적용하여 혁신적 기능과 성능을 구현하는 지능형 시스템인 ‘피지컬 AI’다. 로봇, 자동차, 건설·농기계, 드론 등 다양한 제품을 통해 ‘움직이는 AI’ ‘행동하는 AI’를 구현했다. 이미 작년부터 ‘AI 일상화’를 핵심 메시지로 제시하였고 올해는 사실상 전 제품 분야에 기본 기술로 내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CES가 제품 중심 기술박람회여서 자연스럽게 ‘피지컬 AI’는 올해의 핵심 키워드가 되어 대부분의 기조연설과 전시를 통해 향후 전개 방향이 제시되었다.
그중에서도 미래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유니트리, 애지봇 등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이 노스홀을 가득 메운 가운데 킥복싱, 탁구 시연 등을 통해 많은 참관객의 이목을 끌었지만 올해 최고의 백미는 현대차그룹이 5년 전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완전 전동식’ 차세대 아틀라스였다. 업계 최고인 56 자유도로 사람처럼 자연스런 동작을 선보여 모두의 탄성을 자아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HMGMA)의 부품 핸들링 및 물류 공정, 2030년 조립 공정에 투입하고 그 이후 전 공장에 확대할 계획임을 밝혔다.
두 번째 시사점은 미·중 패권전쟁의 전개 방향과 중국의 약진이다. 이번 CES에서도 세계 기술패권을 건 첨단기술 분야의 미·중 경쟁이 심화되고 있음을 쉽게 볼 수 있었다. ICT 기업인 화웨이, ZTE, 반도체 기업인 SMIC, YMTC, 드론 기업인 DJI 등 많은 중국 기업이 제재 대상 기업으로 CES 참가가 어렵고 많은 중국 기업인이 비자 거부로 입국 자체가 안 된 걸 감안하면 전시업체 및 참관객 수에서 전년 대비 대폭 감소했다 하더라도 중국 기업의 약진은 괄목할 만하다. 센트럴홀의 터줏대감인 삼성전자가 윈호텔의 특설 전시장으로 나오고 그 자리에 중국 가전기업 TCL이 들어섰다는 것이 시사하는 상징성이 크다. 이제 센트럴홀을 점령한 TCL, 하이센스, 창훙 등 가전 기업, 노스홀을 점령한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을 위시한 중국 기업은 과거 가성비 중심의 중저가 시장 전략에서 탈피하여 이제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중저가는 물론 프리미엄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다. 아울러 특기할 만한 사실은 미·중 패권전쟁에 따른 미국의 견제에 대항하는 중국 기업의 우회 전략이다. CES 2026 전시업체 중 싱가포르, 홍콩은 물론 미국 기업으로 분류된 상당수 기업은 미국 견제를 우회하기 위해 본사나 판매회사를 이전한 사실상 중국 기업이다. 같은 목적으로 많은 한국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도 유념하여 대응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세계 패권전쟁 속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지정학적 전략은 우리나라의 미래 명운을 좌우할 중차대한 이슈로 CES 2026의 시사점을 잘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상대를 알고 나를 아는 ‘지피지기’가 우선이다. 우리나라에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건 매우 위험한 사실로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 코로나 팬데믹과 한·중 관계 단절로 우리 기업 및 정부의 중국에 대한 이해도가 과거에 머물러 있기 십상이다. 중국이 최근 상전벽해의 엄청난 기술적 발전을 했음에도 아직도 5년 전, 10년 전 시각으로 중국을 바라보는 건 차라리 모르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경계 대상이다. 중국은 더 이상 우리의 추격자가 아니다. 이미 많은 산업 및 기술 분야에서 우리를 추월하였기에 한·중의 강약점에 대한 면밀한 분석으로 협력과 경쟁을 병행해야 한다. 같은 논리로 미국과도 협력과 경쟁 전략을 수립하여 미국과 중국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길목 기술’이라 불리는 전략 기술 개발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향후 피지컬 AI의 승부처가 될 초저전력 AI 반도체가 좋은 예다.
세 번째 시사점은 대전환 시대의 패러다임 혁명에 대응하는 것이다. 과거 혁신 기술에 몰입하던 CES가 최근 혁신 기술의 목적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결국 모든 기술 혁신은 사람을 위한 기술이어야 한다는 패러다임 전환이다. 인류의 지속 가능성 및 공영·행복 실현을 궁극적 목적으로 삼고 그 수단으로 기술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CES 2026이 제시하는 AI 대전환도 기술 중심이 아니라 인류의 지적·물리적 역량을 확장시켜 인류의 궁극적 목적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보는 목적 중심으로 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AI 모델 개발, GPU 등 컴퓨팅 인프라 확충도 중요하나 AI 대전환의 목적을 선도적으로 발굴하여 세계인의 마음을 잡을 수 있어야 진정한 AI 강국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올해 CES에서 장수 및 건강, 행복을 키워드로 제시하며 노화 관련 AgeTech, 수면 기술, 뷰티 기술 등 헬스케어 분야가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일맥상통의 추세다.
네 번째 시사점은 협력의 확대다. 올해도 CES에서 기업 간 협력은 더욱 확대되었다. 모든 기조연설이나 전시가 많은 협력 파트너 기업과 협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협력은 전술한 세 가지 시사점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필요충분조건이다. 기술 혁신이 광속으로 진행되고 있어 한 국가나 기업이 혼자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있다. 지정학적 전략도 미국과 중국, 제3세계와의 협력을 통한 글로벌 공급망 및 기술 네트워크의 새판 짜기 차원에서 중차대한 시점이다. 기술 중심에서 목적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도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다원적 전략이어서 협력이 핵심이다. 국내 협력은 기본이고 글로벌 협력이 필수적이어서 이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CES는 바로 우리 글로벌 협력의 플랫폼이 되도록 활용해야 한다. 우리 기업과 정부 기관이 CES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 전략을 고도화해야 하는 이유다.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전 중소기업청장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