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 혼란] 약가 인하 방침에 제약사들 '시계제로'…내년 사업계획도 차질

보건복지부 사진아주경제 DB
보건복지부 [사진=아주경제 DB]

정부의 약가 인하 방침에 제약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제네릭(복제약) 약가 인하 등을 골자로 한 약가 개편 시행이 내년 7월경으로 예고됐지만, 회사별 매출 구조와 복제약 비중에 따라 영향이 크게 달라 일부 제약사들은 내년 사업계획 수립을 늦추거나 목표치를 다시 들여다보는 상황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약가 제도 개편안이 시행되면 복제약 평균 가격은 기존 대비 약 25%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상은 2012년 일괄 인하 이후 등재된 기등재 의약품 약 4500개 품목으로, 2026년 하반기부터 2029년까지 3~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약가 인하까지 겹칠 경우 일부 품목은 생산 지속 여부를 고민해야 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지난 2012년 일괄 약가 인하로 제약사 매출이 평균 34% 감소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업체들로서는 전체 의약품 중 복제약이 차지하는 비중과 함께 매출 주력 품목 여부도 중요한 변수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제네릭 품목 수가 적더라도 매출 상위에 제네릭이 포진돼 있으면 약가 인하 충격은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약가 인하 시행에 따른 불확실성은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상 12월에는 부문별 목표치와 투자 계획이 마무리되지만, 경영회의 일정이 늦어지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간 성장률 목표를 10%로 설정한 사업계획을 약가 인하 등을 반영해 7% 수준으로 낮춰 검토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약산업의 경우 공장 운영비와 의약품 제조·품질관리(GMP) 유지 비용, 제조 인력 인건비 등 고정비 비중이 높아 비용을 즉각 줄이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수익성 악화 우려를 키운다. 약가 인하 시 매출 감소폭보다 영업이익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적게 팔린다고 해서 설비를 꺼둘 수 없는 산업"이라며 "제네릭 매출 의존도가 높은 회사일수록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책이 정부가 강조해온 '혁신형 제약기업 육성' 기조와 엇박자를 낼 수 있다고 본다. 국내 상장 제약사(169개)들이 지난해 기준 매출 대비 12% 수준을 R&D에 투자해 현재까지 국산 신약 41개를 허가 받았는데 수익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신약 개발 및 파이프라인 확정, 기술 수출로 이어온 산업 성장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제약 비중이 높은 중소형 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저수익 품목 정리나 영업 구조 조정, 나아가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침체, 고환율 등 기업 환경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신약 연구개발은 계속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지만, 약가 인하로 매출 감소가 현실화되면 공격적인 투자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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