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금융계급제] 금리 깎아주고, 빚 갚아주고…연체 채무자만 혜택 보는 사회

  • 햇살론 금리 15.9%→최저 9.9%로…정부재정 4797억원

  • 새도약기금·새도약론 등 채무조정자 위한 각종 혜택도

  • "정부가 정책금융 부담 경감 않으면 국민 세금 부담해야"

사진금융위원회
[사진=금융위원회]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 계급제'라는 표현까지 쓰며 취약차주 보호에 나서면서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금리 인하와 채무 감면, 대출 지원에 이르는 전방위적인 지원책이 금융 질서 자체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년 햇살론 특례보증 상품 금리를 15.9%에서 12.5%로, 사회적 배려자는 9.9%로 공급하기 위해 정부 재정 4797억원을 투입한다. 서민금융진흥원에 1297억원을 출연하고 복권기금 3500억원이 더해진 재원이다.

햇살론은 신용등급이 낮은 저신용자들을 위한 정책서민금융상품이다. 서금원 보증으로 금융사가 대출을 실행하고 대출 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가 대신 변제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서민금융 금리 15.9%는 너무 잔인하다"는 발언 이후 햇살론 금리를 최대 6%포인트 인하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당초 정부가 편성한 예산(1000억원)보다 297억원 늘었다.

정부는 연체자의 재기 기회를 내세워 각종 채무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배드뱅크 성격인 '새도약기금'에 도박·투자 채무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은 이미 제기됐다. '새도약론'은 채무조정 이행자에게 연 3%대 금리로 최대 1500만원을 대출해주는 제도인데 새도약기금과 마찬가지로 도덕적 해이를 걸러낼 별도 장치는 없다.

특히 논란이 되는 제도는 '특별 채무조정'이다. 새도약기금에 포함되지 않는 5년 이상 장기 연체자에 대해 △원금 최대 80% 감면 △최장 10년 분할 상환 △추가 체납 이자 대폭 완화 등 혜택을 지원한다. 새도약기금에 이어 또다시 성실 상환자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정책이다.

시장에서는 반복적인 채무 탕감과 금융 지원이 상환 유인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성실하게 대출을 상환해온 차주나 고금리 부담을 감내해온 차주와 비교할 때 연체 이후 채무조정을 받은 이들이 오히려 다양한 금융 혜택을 받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은 "2금융권과 대부금융 등 민간금융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소비자금융을 활성화하고 정책금융 부담을 경감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당국이 다양한 조달 수단을 고민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는 국민들이 세금으로 이를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13일 통과된 은행법 개정안과 관련해 정책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개정안은 은행 가산금리에 지급준비금과 예금보험료, 서금원 출연금 등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개정안 시행 이후 은행들이 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게 되면 대출 심사가 강화되고 금융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자금 접근성이 더 위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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