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HL그룹 회장 맏사위와 둘째 딸이 나란히 그룹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으며 '3세 경영' 막을 올렸다. 해외법인에서 단련한 '젊은 피' 수혈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동시에 성공적인 승계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 맏사위인 이윤행 HL클레무브 부사장은 올해 정기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정 회장은 슬하에 장녀 정지연씨(43)와 차녀 정지수씨(30) 등 두 딸을 두고 있는데 이 사장은 2012년 정지연씨와 결혼했다.
이 부사장은 2017년 그룹 입사와 동시에 초고속 승진 가도를 달렸다. 미국 조지타운대 법학대학원 졸업 후 현지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며 특허 소송과 국제 무역, 반독점 분야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HL그룹에는 HL만도 경영전략 매니저로 합류한 뒤 리스크 관리(2018년), 미국법인 회계담당 상무보(2020년), 미주지역 대표 부사장(2022년) 등을 거쳐 올 초 HL클레무브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된 뒤 연말 인사에서 사장에 올랐다.
HL클레무브는 HL만도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율주행 부품기업으로 카메라, 자율주행 제어, 전방 레이더 등 분야에서 국내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6300억원으로 한국(43,4%), 중국(26%), 미국(17.2%), 인도(10.2%) 등 4개국 비중이 97%에 달한다. 이 사장은 그룹 주력인 자동차 부품과 별다른 접점이 없고, 창업회장 때부터 강조해온 기술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실제 2022년 이 사장이 미주지역 대표로 선임된 후 HL클레무브의 현지 점유율은 18.7%에서 17.2%로 3년 연속 하락했다.
정 회장 차녀인 정지수 HL만도 상무보도 지난해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트리니티 컬리지에서 사학과 중국어학을 전공한 정 상무보는 2017년 HL홀딩스 전략 기획 전문가로 입사해 HL만도 중국법인, 2021년 HL홀딩스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에는 HL만도 해외 인재 관리 조직인 글로벌 HR센터에서 근무한 뒤 현재 미국 HL벤처스 매니지먼트 고위 임원으로 재직하며 현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1995년생으로 만 29세라 실질적인 경영을 책임지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HL홀딩스는 HL만도(30.3%), HL디앤아이한라(23.8%), HL위코(100%), 제이제이한라(100%), HL로보틱스(100%) 등을 거느린 지주사다. HL홀딩스는 정몽원 회장이 지분 27.63%, 장녀와 차녀가 각각 1.65%를 소유하고 있다. 자녀 지분율을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고, 정 회장이 최근 핵심 계열사인 HL디앤아이한라 주식 약 7.51%(284만주)를 HL홀딩스에 무상증여하며 지주사 지배력을 높이는 등 3세 경영 승계 행보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재계 관계자는 "1955년생인 정 회장이 아직 굳건해 승계 작업은 시급한 과제는 아니다"며 "만약 3세 승계가 된다면 정 회장이 아들이 없는 만큼 사위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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