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아파트 화재 참사'가 5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며 77년 만에 최악의 화재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사고는 건물 노후화, 높은 인구 밀도 등 홍콩 주택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가운데 중국 주요 부동산업체 완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까지 겹치며 중국 부동산 경기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홍콩 초고층 아파트단지 화재는 중국 본토와의 경계에 있는 타이포(Tai Po) 구역에서 발생했다. 타이포는 정부 보조의 공공 분양주택들이 밀집한 곳이다. 이번에 화재가 난 '웡 푹 코트'(Wang Fuk Court) 역시 1983년에 준공된 노후 공공아파트단지로 31층짜리 고층 아파트 8개동에 2000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이 단지에서 26일 오후 2시 51분께(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해 전체 8개 동 중에서 7개 동에 불길이 번졌고 27일 오후 기준 총 55명이 사망했다. 또한 구조된 68명 중 절반 이상이 중태인 데다 당초 실종자도 279명에 달해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화재는 176명이 사망한 1948년 창고 화재 이후 홍콩 최악의 화재 피해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6일 유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함과 동시에 피해자 수 최소화에 총력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이번 사고로 다음 달 7일 예정이던 입법회(의회) 의원 90명을 선출하는 총선거, 홍콩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5 마마(MAMA) 어워즈' 등 일정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재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으나, 대규모 참사로 이어진 원인 중 하나로 노후 건물 외벽 보수에 사용된 대나무 비계가 지목된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7월부터 1년 넘게 외벽 전면 재시공 등의 보수 공사를 진행 중으로 건물 전체에 대나무 비계가 설치돼 있었다.
홍콩 등 중화권 지역에서 대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핵심 건축 자재로 활용돼 왔다. 화재에 취약하다는 치명적 단점에도 불구하고 대나무가 금속보다 가볍고 저렴하다는 이유로 개발사들은 지금까지도 전통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대나무 비계로 인한 붕괴, 화재 사고가 잇따르자 홍콩 정부도 지난 3월 공공사업 금속 비계 사용 의무화 등 대나무 비계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내화강철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업계 반발 등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화재가 난 아파트가 홍콩 특유의 밀집형 건축물이라는 점도 피해를 키웠다. 이 아파트는 건축 면적 48∼54㎡(약 14.5∼16.3평)인 소형 평수 2000세대로 구성돼있다. 2021년 홍콩 인구 조사에 따르면 총 주민은 4643명에 달한다. 또한 주민 약 4800명 중 3분의 1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으로 빠른 대피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번 참사는 주택 용지 부족, 높은 인구 밀도, 노후화된 건물 등 홍콩의 심각한 주택난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특히 홍콩은 노후화된 주택이 늘어나면서 대규모 재개발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여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 당국은 2046년까지 70년 이상 된 민간 주택이 32만6000가구로 2016년보다 300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홍콩 지도부는 시 주석이 빈곤층을 위해 '더 적절한(양질의)' 주택을 마련하라고 요구하면서 이미 도시 내 주택 부문을 정비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었다"며 "(이번 사고로) 건물 안전 규정을 더욱 엄격하게 시행하고 전반적인 주택 상황을 개선하라는 압박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문제는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정부와 민간 개발업체 모두 재개발 노력을 중단했다는 점이다. 이날도 중국 광둥성 선전의 대형 국유 부동산 개발업체 완커(Vanke)가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7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완커는 내달 15일 20억 위안(약 4000억원) 규모의 역내 채권 만기를 앞두고 원금 상환 연기를 논의하기 위해 12월 10일 채권단과 회의를 열기로 했다. 완커가 채권단과 합의에 실패해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사실상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이번 홍콩 화재와 함께 중국 부동산업체의 디폴트 우려가 재점화하면서 중국 부동산 경기도 위기를 맞고 있다. 아시아 금융 전문 매체 아시아파이낸셜은 "홍콩의 엄청난 화재로 중국 부동산 섹터는 악재가 겹쳤다"며 "중국의 오랜 부동산 위기가 끝날 줄 모르는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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