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트럼프 상호관세 대법원 위법 판결시 파급영향은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 중에 개최된 미중정상회담을 통해 시진핑 정부와 무역전쟁을 잠정 휴전하고 한국과는 통상협상을 최종 타결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이 순항하고 있는데, 그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 생겨 트럼프 대통령을 힘들게 하고 있다. 조만간 미 대법원이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정책 적법성에 관한 최종적인 판결을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트럼프는 대법원을 압박하기 위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그는 관세정책 판결이 '나쁘게' 나올 경우, “국가 안보에 재앙이다. 관세 협상국에 2조 달러를 환급해야 한다”는 선동적인 발언을 쏟아붓고 있다.
 
트럼프 관세정책이 그동안 추진된 경과를 잠시 살펴보자.
 
트럼프 정부는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해결하고자 관세 보복이란 칼을 빼 들고 미국의 우월한 경제력과 강대국 지위를 앞세워 세계 각국에 트럼프식 일방주의 관세정책을 수용하도록 압박하여 한국, 일본, EU, 영국, 베트남 등 주요 국가들과 통상협상에 합의하였다. 중국은 트럼프 2기 정부와 관세 보복과 휴전을 반복하면서 무역 갈등을 지속시켜 왔다.
 
시진핑 정부는 지난 10월 9일 APEC 회의를 눈앞에 두고 희토류 수출통제를 강화하기로 발표하여 미국과 무역전쟁 재개를 선포했다. 이에 트럼프 정부도 100% 추가 관세 보복 등으로 맞대응했다. 시진핑 주석은 미중정상회담에서 “향후 1년간 희토류 수출통제 유예”를 제시하였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100% 추가 관세를 철회함으로써 무역전쟁 확전을 자제하였다.
 
중국 정부가 미국에 공세적인 자세를 취한 배경은 무엇일까?

트럼프 1기 정부와 조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중국제조 2025’와 대국굴기에 대응하여 대중국 압박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는 미국이 세계 패권국이며, 중국 도전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트럼프 2기 정부도 똑같은 맥락으로 출범 초반부터 중국에 관세보복 정책을 추진했다. 이에 시진핑은 전 세계 국가들이 주목하는 APEC 행사를 겨냥하여 중국도 미국에 통상보복을 선제적으로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시진핑 주석은 2027년 4연임 추진 일정을 의식하여 중국 국민에게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정치적인 계산을 하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도 취약점인 희토류 수입 차질과 대두 중국수출 중단 등이 지속될 경우, 미국 첨단산업에 치명적일 뿐만 아니라 내년 11월 중간선거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중국과 휴전에 잠정 합의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미국 국내 사정도 녹록하지 않다. 미국 전역에서 법원판결 무시·군대 동원·이민자 대거 추방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제왕적 행태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지난 10월 18일 미국 50개 주 2,700여개 지역에서 약 70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반트럼프 집회가 개최되었다. 이른바 ‘노 킹스(No, Kings)’ 시위다. 지난 4일 열린 뉴욕 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정치신인 조란 맘다니가 선출되었으며, 버지니아주·뉴저지주 주지사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패배했다. 미국 소비자 물가가 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대한 미국 국민의 불만도 분출되고 있다.
 
최근 미국 정계와 언론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재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현재 대법관 9명 중 6명 이상이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고 한다. 미국 헌법은 세금부과를 의회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다. 만일 대법원 판결에서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는 위법이다”고 확정될 경우, 그 파급영향은 다방면에 걸쳐 클 수밖에 없다.
 
첫째, 트럼프 정부가 주도해왔던 상호관세 정책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한국, 일본, EU 등 동맹국과 맺은 관세 및 통상 합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미국 정부가 관세수입으로 약 1,000∼2,000억 달러를 확보했다”고 한다. 미 정부는 관세를 반납해야 할 처지가 된다. 트럼프 정부가 상호관세 부과 등을 지렛대로 삼아 한국·일본·EU 등 국가들로부터 약속받은 대미투자펀드의 정당성을 둘러싸고 향후 트럼프 정부와 동맹국 간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둘째, 내년 11월 미국 중간선거에도 치명타가 될 것이다. 트럼프 2기 정부의 핵심 대외정책인 관세정책이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대법원의 판결이 불리하게 나와도 “플랜 B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정책 추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 손상도 예상된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약 3년 정도 남아있다. 2028년 11월 차기 미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를 상상해보자. 현재 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 관세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가 집권한 후 바이든의 핵심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지우고 있는 것처럼, 민주당 출신 당선자가 트럼프 핵심 정책인 관세정책을 뒤집을 수 있다.
 
넷째,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보복 카드로 중국에 기선을 잡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로 상호관세 정책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면,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압박정책에 차질을 빚게 된다. 앞으로 시진핑 정부의 ‘희토류 수출통제’ 카드가 더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대법원의 관세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플랜 B’는 어떤 것일지 생각해보자.
 
첫째,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정책이 위헌으로 확정되더라도 무역확장법(232조), 무역법(301조) 등 다른 법을 들이대며, 기존 관세정책을 고수하려 들 것이다. 동맹국이 대미투자펀드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비관세장벽, 품목 관세와 안보 문제 등을 지렛대로 삼아 갈등을 덮고자 할 것이다.
 
둘째, 트럼프 정부가 추진해왔던 트럼프 라운드의 핵심은 제조업 르네상스와 관세정책이다. 그러나 관세정책 말고도 트럼프가 준비해 놓은 비장의 카드가 있다. 환율정책이다. 2024년 대선에 승리한 후 경제 책사인 스티븐 미란이 발표한 바 있다. ‘마러라고 합의’이다. 무역상대국과 협상을 통해 인위적으로 약 달러를 만들어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한다는 것이다. 1985년 플라자 합의에서도 일본 등에 사용했던 경제정책이다. 과거 미 정부는 중국, 한국, 대만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여 목적을 달성하였다. 이것은 세계 패권을 쥐고 있는 강대국만이 할 수 있는 지경학 수단이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재판 문제를 잠재우기 위해 미국 국민의 시선을 해외로 돌릴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서둘러 종전시키고 중동지역에서도 이스라엘·하마스 간 2단계 휴전 협상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트럼프는 세계 분쟁 해결사로서 이미지를 강화하여 202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고자 세계 각지의 분쟁을 적극적으로 중재할 것이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미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노력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대법원 관세 재판에서 승리할 경우, 관세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나, 패소 시에는 한미통상 문제의 불확실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향후 미 대법원의 관세정책 최종 판결이 미칠 파급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하여 단기·중장기 등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Pace 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 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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