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② 아날로그 감성으로 채운 극장, 무비랜드 이야기

서울 성수동의 작은 극장, 무비랜드.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을 넘어 ‘이야기를 파는 오프라인 플랫폼’을 꿈꾸는 곳이다. 무비랜드는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큐레이터가 선정한 이야기의 라디오 콘텐츠, 소장품 전시, 1층 기념품샵의 체험형 굿즈 제작 등 다층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관람객은 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에 참여하며, 일방향이 아닌 거미줄처럼 엮이는 세계를 만난다. 극장주 모춘은 “좋은 영화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영화”라고 말하며, 공간을 통해 소통과 경험을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디지털 시대에도 아날로그 감성을 강조하며, 수작업과 사람 간 만남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무비랜드는, 일상을 놀이처럼 즐기고자 하는 그의 철학이 녹아 있는 특별한 영화 공간이다.
 
사진 김호이 기자
무비랜드 극장주 모춘 [사진= 김호이 기자]

무비랜드를 "이야기를 파는 오프라인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는데, 무비랜드만의 차별화된 '이야기'는 무엇인가
- 저희는 영회관보다는 극장이라는 말을 더욱 선호한다. 무비랜드에서 핵심콘텐츠는 영화이긴 하지만 영화만 소비하는 건 지양하고 있고 큐레이터가 왜 이 이야기를 선정했는지에 대해 라디오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고 그분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소장품들을 라운지에서 전시하기도 한다. 1층 기념품샵에서도 스스로 굿즈를 만들 수 있도록 실크스크린 기계도 있다. 영화를 둘러싼 다양한 경험과 콘텐트를 확장 하고 싶었다. 누군가는 영화보다 라디오 콘텐츠를 좋아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영화보다 1층 스낵바를 좋아할 수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일방향으로 가지 않고 거미줄처럼 엮이게 하고 싶었다.

극장주로서 꿈꾸던 모습은 무엇이었나
- 이런 모습이다(하하). 저희 극장에 대해 궁금해하고 제가 생각했던 걸 이야기 하는 모습을 꿈꿨다.

모춘님만의 영화 보는 방식이나 철학이 있다면 들려달라
- 그냥 보는 거 좋아한다. 마음에 드는 영화는 여러번 보는 거 좋아하고 영화의 뒷얘기를 찾는 걸 좋아한다. 영화의 뒷얘기를 찾고 그것에 대해 얘기하는 것까지 영화 관람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의 확장이 무비랜드다.

모춘님이 생각하는 좋은 영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함부로 얘기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단순히 영화를 보는 사람이었을 때는 제 취향이 있으니까 이건 좋고 나쁘고에 대해 얘기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영화업자가 되다 보니까 함부로 얘기하기 어렵다. 그래도 좋은 영화를 꼽는다면 큐레이터로 선정됐을 때 이 영화 상영하고 사람들과 같이 보고 싶다고 떠오르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큐레이터로 모시고 싶은 분이 있나
- 너무 많다. 1년 돌아보니까 저희는 창작자에게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자기 작업을 자신의 목소리로 하는 사람들인데 분야는 상관 없다.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요즘 OTT 서비스 등으로 인해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는데 극장, 영화관만의 매력을 뭐라고 생각하나
- OTT가 안되더라도 그 안에서 잘되는 영화와 잘되지 않는 영화가 있는 것처럼 극장도 잘되는 극장이 있고 잘 되지 않는 극장이 있다. 
극장이 어렵긴하지만 내면을 깊이 들여다봐야 될 것 같다.

사람들이 무비랜드를 찾아오는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 큐레이터의 생각을 읽고 싶은 분들도 많고 성수동 왔다가 오시는 분들도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취향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인데 개인의 취향이 무비랜드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된 것들이 있나
- 프로젝트나 비즈니스를 할 때 컨셉을 잡고 타겟을 세분화 하는 작업을 하는데 저희의 타겟은 지금의 저와 어렸을 때의 저였다.
이 공간은 제 취향이 굉장히 많이 반영된 공간이다. 제 취향이 대중적이고 장사가 잘될만한 취향이냐 했을 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궤변의 흐름 속에서 얻게 된 장점은 오시는 손님들이 저랑 비슷한 결이거나 제 취향에 가까운 분들이라서 그분들이 오셨을 때 즐기기도 편하시고 저도 대접 하고 응대할 때 자연스럽다.

무비랜드는 아날로그 감성을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을 추구하는 이유는 뭔가
- 이런게 좋아서 하는 거다.

무비랜드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무비랜드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싶나
- 결과물로 표현된 걸 바탕으로 말하면 지금도 수작업이라는 걸 중요시 하고 있다.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극장이 잘 안되는 걸 알고 있지만 이런 걸 하고 싶었다. 수작업으로 구현 하고 아날로그 방식 구현하게됐고 오시는 분들도 아날로그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다.

모베러웍스를 위주로 운영했을 때와 무비랜드를 함께 운영하면서 팀원들과 나누는 고민이 어떻게 달라졌나
- 공간을 운영하면 장비가 낡거나 고쳐야 될 것들이 나오고 응대를 할 때 어떻게 인사를 하면 더 기분 좋게 이 공간을 즐길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가 이 길을 잘 가고 있구나" 하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
- 이렇게 무비랜드에 대한 생각을 물으러 찾아와주실 때 보람있다.

요즘 모춘이 빠져 있는 것이 있다면 뭔가
- 응대의 완성도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에 대해 신경쓰고 있다.
 
모춘이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모춘이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영화제작자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나
- 아직 그런 생각은 없고 저희가 운영을 처음해봐서 그걸 안정적이고 완성도 있게 만들고 싶다.

콘텐츠를 만들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궁금하다
- 극장 운영 첫날이 기억에 남는다. 안될줄 알았다. 의지만으로 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 비용도 저희가 상상했던 것보다 2배 정도 더 들었고 민원이나 허가 같은 부분도 저희의 의지가 강하다고 해결되는 부분은 아니라서 그런 부분으로 인해서 저희가 계획했던 일정보다 늘어지다보니까 어려움이 있었는데 결국 오픈하니까 해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춘이 꿈꾸는 영화같은 삶의 모습이 있나. 인생을 영화로 만든다면 첫 자막과 끝자막을 뭘로 하고 싶나
- 편하게 살고 싶고 남 눈치 안보고 놀고 싶었다. 회사 다니고 모베러웍스를 하고 무비랜드를 하면서도 그것들을 어떻게 하루하루에 녹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많았다. 여러 방식으로 실험해보고 있다.
일을 놀이화하면 일을 하고 돈을 버는 순간도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감각의 시간을 만들고 싶었고 그게 무비랜드였다.

모춘에게 출퇴근의 의미가 궁금하다
-돈 벌기 위해 가고 퇴근하는 거다(하하). 재밌을 때도 있고 출근하기 싫을 때도 있다. 

팀원들을 친구라고 부르는데 친구와 동료의 의미가 궁금하다
- 저희 친구들은 재능이 많다. 맡은 포지션은 다른데 감각이 높고 소명의식이 강한 친구들이 모여있다. 훨씬 좋은 곳에서 일해도 되는 친구들이다. 무비랜드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궂은 일을 많이한다. 매일 청소하고 회차 사이에 전력으로 빠르게 정비해야 되는 힘든 조건의 일이 많은데 힘든 조건을 이해하고 같이 만들어 가는 부분이 동료보다는 딥하다.

무비랜드를 개관한지 1년이 넘었는데 1년을 돌아보면 어떤가
- 정말 성공이고 다행이다. 아직도 비용적으로는 쉽지 않은 상황인데 초반에는 1원도 못가져가는 완전히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했었다. 극장은 이야기를 만들고 다른 방향해서 수익을 창출하자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나아서 나름 성공적이다.

무비랜드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무비랜드를 뭐라고 소개하고 싶나
-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는 곳.

최신 영화가 아닌 오래된 영화를 상영하는 이유가 뭔가
-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다. 저희가 큐레이터의 마음에 남는 영화를 요청하는데 오늘 나온 영화는 그렇지 않을 확률이 크다. 저희 팀도 예전부터 옛날 영화를 좋아했고 좋아하는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걸 좋아한다. 20년 전에 개봉한 영화라고 누군가에게 처음 보는 영화면 신작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

직업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몇점인가
-점수를 따지기는 어렵지만 굉장히 높다. 정말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

모춘의 꿈은 뭔가
- 놀면서 사는게 꿈이다(하하).

마지막으로 영화 같은 삶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 솔직하게 살려고 노력해야된다. 드러내기 힘든 부분도 드러내고 이야기 하면서 사는게 더 영화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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