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톱스타를 만든 작품들을 톺아보고 발자취를 돌아봅니다. '이건희의 명성'은 스타들의 대표작을 소개하고 명장면과 명대사를 통해 그들이 걸어온 연예계 생활을 돌아보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배우 이병헌의 진가가 또 빛났다.
이병헌은 지난달 24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를 통해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병헌의 연기가 더해진 '어쩔 수가 없다'는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는 기염을 토했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이병헌의 연기력이 돋보였다.
이뿐 아니라 이병헌은 또 하나의 경사를 누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오는 23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제16회 대중문화예술상에서 그에게 보관문화훈장을 수여한다고 지난 15일 밝혔기 때문이다. 문화훈장은 보통 15년 이상 공적을 쌓은 이들에 한해 수여된다.
이병헌은 이러한 문화훈장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스타다. 다수의 히트작을 통해 K-컬처의 위상을 높였다. 최근 활약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시리즈와 업계의 극찬을 받은 영화 '어쩔 수가 없다' 등에서 탁월한 연기를 펼쳤고, 올해 최고의 글로벌 화제작 중 하나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도 귀마의 목소리를 연기, 흥행에 일조했다.
"아 안돼!"
해당 대사는 이병헌이 지난 2009년 방송된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를 통해 내뱉은 것으로, 오랜 기간 회자되고 있다. 이는 극중 김현준 역의 이병헌이 유정훈 박사(김갑수 분)가 백산(김영철 분)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차량에서 동영상으로 본 뒤 절규하며 공개됐다.
이를 본 많은 이들은 이병헌의 발연기가 다소 신선하다며 여러 패러디를 양산했다. 이에 대해 이병헌은 "핸드폰에 동영상을 틀지 않은 채로 연기를 해서 그렇게 보인 것 같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 3월 유튜브 채널 '짠한형 신동엽'에 게스트로 출연해 '아 안돼' 짤에 대해 또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사람들이 하도 놀려서, 이 상황에 어떻게 연기해야 되는지 다시 연습해 봤다"며 "지금 봐도 이상하지 않은 아주 정확한 연기다. 사람들이 그거 가지고 발연기라고 하고 왜 계속 놀리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함을 내비쳤다. 자신의 연기에 확신을 가지고 있기에 나올 수 있는 말이다.
"난 왕이 되고 싶소이다"
이병헌의 진가가 제대로 드러난 건 2012년 개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였다.
작품 속 이병헌은 1인2역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그는 광해군과 천민인 하선 역할을 동시에 맡아 서로 다른 인물을 연기했다. 배경이 완전히 다른 두 인물의 비교되는 감정을 생생히 보여줬다.
이러한 와중에 "진정 왕이 되고 싶냐"는 허균(류승룡 분)의 물음에 "나는 왕이 되고 싶소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죽이고 왕이 된다면, 나는 왕을 하지 않겠소"라는 말로 진심을 표현하는 대사는,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이러한 이병헌의 연기력 덕분에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관객 수 1232만명을 돌파하며 '천만영화'에 등극, 신드롬을 일으켰다.
"모히또 가서 몰디브나 한 잔 할라니까"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에서도 이병헌의 연기는 빛을 발했다.
극중 '정치깡패' 안상구 역할을 맡은 이병헌의 존재감은 독보적이었다. 장발에 의수를 한 그의 모습은 대중에게 충격을 줬다.
오랫동안 회자되는 명대사도 나왔다. 바로 "모히또 가서 몰디브나 한 잔 할라니까"이다. 해당 대사는 이병헌의 연기력이 더해지며 큰 화제를 모았고, 많은 이들이 어순을 바꿔 말하는 현상을 유행하게 했다.
"합시다 러브"
지난 2018년 방영된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역시 이병헌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대표작이다.
'미스터 션샤인'은 신미양요(1871년) 때 군함에 승선해 미국에 떨어진 한 소년이 미국 군인 유진 초이로 성장해 자신을 버린 조국인 조선으로 돌아와 주둔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다. 신선한 소재와 배우들의 연기력이 가미돼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상처를 간직한 유진 초이 역의 이병헌이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며, 고애신(김태리 분)에게 "합시다 러브"라고 전한 진심 어린 고백 장면은 많은 여심을 뒤흔들었다. 실제 두 배우의 나이 차이가 20살에 달하는데, 이를 뛰어넘는 연기력이 그 간극을 메웠다는 평가다.
"난 그제서야 알았다"
이병헌은 2022년 방송된 tvN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도 특유의 존재감을 뽐냈다. 극중 이병헌은 재혼으로 인해 자신을 사실상 방치한 어머니 강옥동(김혜자 분)을 미워하는 이동석으로 분했다.
그러나 극 막판, 자신의 옆에서 사망한 강옥동을 보며 얼굴을 어루만지고 그동안 표현하지 못한 미안함 등이 고스란히 드러난 이병헌의 울부짖는 장면은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심지어 그가 "사랑한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내 어머니 강옥동씨가 내가 좋아했던 된장찌개 한 사발을 끓여놓고, 처음 왔던 그곳으로 돌아가셨다. 죽은 어머니를 안고 울며, 난 그제서야 알았다. 난 평생 어머니 이 사람을 미워했던 게 아니라, 이렇게 안고 화해하고 싶었다는 걸. 난 내 어머니를 이렇게 오래 안고 지금처럼 실컷 울고 싶었다는 걸"이라고 담담하게 전한 내레이션은 감동을 배가시켰다.
"야 이 XXXX야"
이병헌은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서도 활약이 빛났다.
프론트맨으로 출연한 그는 시즌1에서 얼굴이 가려졌음에도, 목소리만으로도 몰입도를 선사했다. 시즌이 진행되며 얼굴이 공개된 이병헌의 존재감은 점점 더 커졌다.
이병헌은 '오징어게임' 속 여러 명장면을 만들었는데, 시청자들은 '팽이게임' 속 이병헌의 연기를 주목했다. 왼손잡이인 이병헌이 일부러 오른손으로 팽이를 돌리는 '고의트롤'을 하면서 "야 이 XXXX야"라고 자책하는 장면은 웃음과 긴장감을 동시에 유발했다.
"내 면접은 정말 힘든 그런 면접이야"
'어쩔 수가 없다' 속 이병헌은 가장으로서 생계를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는 만수 역으로 분했다.
특히 자신에게 따지는 아내 미리(손예진 분)에게 "내 면접은 정말 힘든 그런 면접이야"라며 자기 합리화하는 모습은 명장면으로 남았다. 또한 "어쩔 수가 없다. 어쩔 수가 없다"라고 속삭이듯 되뇌는 장면도 주목도를 높였다.
아울러 과거 알코올 중독자였던 그가 실직 후 오랜만에 술을 마시고, 미리의 불륜을 의심하며 개처럼 "왈왈" 짖는 장면은 이병헌이 얼마나 수준 높은 연기자인지 다시금 실감케 했다.
이처럼 이병헌은 출연 자체만으로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이제는 '국민배우'라는 말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이병헌이다.
◇이병헌 필모그래피
△데뷔-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
△주요 출연작
2000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2002년 SBS 드라마 '올인'
2008년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009년 영화 '지.아이.조:전쟁의 서막'
2009년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
2012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2015년 영화 '내부자들'
2016년 영화 '마스터'
2017년 영화 '남한산성'
2018년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2019년 영화 '백두산'
2020년 영화 '남산의 부장들'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 시즌1'
2022년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2023년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2024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 시즌2'
2025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 시즌3'
2025년 영화 '승부'
2025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케이팝 데몬 헌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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