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엡스타인 외설편지' 공개…백악관 "그림·서명 안해"

백악관 부비서실장, 과거 트럼프 서명 공개하며 "편지 서명, 트럼프 것 아냐"

트럼프, WSJ에 14조원대 소송…"트럼프 법률팀, 앞으로도 적극적 소송 진행"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03년 미성년자 성착취범인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에 보낸 ‘외설적 그림’의 축하 편지를 공개했다.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03년 미성년자 성착취범인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에 보낸 외설적 그림이 담긴 축하 편지가 공개됐다.
 
미 백악관은 해당 편지에 그림을 그리지도 서명하지도 않았다며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을 밝혔다.
 
8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하원 감독위원회는 이날 엡스타인 유산 공동집행인 변호사들이 제공했다면서 엡스타인의 생일책에 실린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를 공개했다.
 
생일책은 생일 당사자가 받은 축하 편지 등을 모아 책으로 묶은 것이다.

 
편지에는 여성 나체의 윤곽선과 함께 ‘제프리’와 ‘도널드’가 대화하는 형식의 짧은 문장들이 담겼다.
 
편지 끝에는 “생일 축하해, 그리고 하루하루가 또 다른 멋진 비밀이 되길”이라는 문장이 적혀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으로 표시돼 있다. 편지의 존재를 처음 보도했던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편지에 포함된 서명이 여성의 음모를 흉내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WSJ는 지난 7월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었으며, 그가 2003년 엡스타인의 생일 당시 외설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WSJ는 엡스타인에게 보냈다는 가짜 편지를 인쇄했다”며 “이는 내가 쓴 단어가 아니고 내 화법도 아니다. 난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날 공개된 편지는 타자로 작성해 인쇄한 뒤 이후 그림을 그리고 서명한 형태로 추정된다. 다만 편지에 담긴 서명과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하고 있는 서명은 다른 것으로 보인다.
 
테일러 부도위치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지난 몇 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사진을 게시하면서 “그것(이날 공개된 편지의 서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아니다”라고 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국방부를 전쟁부로 이름을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해당 편지를 쓰지 않았다며 허위 보도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WSJ 등을 상대로 100억 달러(약 14조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엡스타인의 수사 기록 등이 담긴 ‘엡스타인 파일’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하며, 팸 본디 법무장관이 이를 알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WSJ 보도에 대해 백악관은 “가짜뉴스”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이번 편지 공개만으로 엡스타인 파일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여러 차례 거론됐다는 보도나, 엡스타인의 고객 명단에 트럼프 대통령이 포함됐다는 의혹을 직접적으로 입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의회의 거듭된 요구에 법무부는 최근 엡스타인 파일의 일부를 공개했으나 대부분 기존에 알려진 내용들이 담겨 있어 실체적 진실 규명과는 거리가 멀었다.
 
엡스타인의 공범으로 수감 중인 옛 여자친구 길레인 맥스웰은 생일책 작업을 할 때 봤던 이름들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법무부에 진술한 바 있다.
 
백악관은 이날 공개된 편지가 트럼프 대통령과는 무관하다고 거듭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X에 엡스타인 외설편지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편지에) 이 그림을 그리지도, 서명하지도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적었다.
 
이어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법률팀은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 뉴욕타임스(NYT)는 엡스타인이 성 착취 범행을 지속하는 동안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위험 신호와 내부 임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엡스타인을 중요 고객으로 유지하며 지원해 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