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투자판단 올스톱 위기...적대적 이사와 분쟁 가능성 커져

  • 집중투표제로 이사회 파행 가능성

  • 사실상 상시 경영권 분쟁 상황

  • 미국·일본은 부작용에 의무화 폐지

  • 고배당 요구에 '먹튀' 우려도

  • 투기자본 '스워밍' 공격 가능성 커져

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DB]

2차 상법개정안 통과로 인해 글로벌 투기자본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요 상장 기업들의 이사회 파행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로 인해 대규모 사업투자와 인수합병(M&A) 결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국 기업들의 본원적 경쟁력과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소액 주주를 포함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벌써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기자본의 '벌떼 공격(Swarming·스워밍)'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2차 상법개정안 통과로 인해 과거 1·2대 주주 경영권 분쟁 때에나 볼 수 있었던 이사회 파행이 일상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내·사외 이사 간 의견이 계속 불일치하면서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 결정이 지연·취소될 것이란 우려도 함께 나온다.

한국 기업은 투기자본의 공격을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이 받고 있다. 2019년 8건에 그쳤던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요구는 2023년 77건으로 급증했다. 2차 상법개정안은 이러한 투기자본 행보에 날개를 달아주는 처사다.
 
황용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2차 상법개정안 통과로 기업 경영진이 경영상 중대한 의사결정뿐만 아니라 소소한 것까지 모두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며 "인수·합병을 진행할 때도 주주 개입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자본주의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은 과거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으나 주주 간 갈등 등 부작용이 커 강행규정에서 임의규정으로 전환한 바 있다. 미국은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 증가라는 부작용을 경험하고 5개 주를 제외하면 집중투표제 도입을 임의규정으로 바꿨다. 일본도 주주 간 파벌싸움 등을 겪은 후 지난 1974년 집중투표제 도입을 회사 자율에 맡겼다.

2차 상법개정안으로 인해 투기자본이 소액주주들을 선동해 배당 상향을 정면으로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이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사이클 특성을 띠는 상황에서 불황을 버틸 재무적 체력이 약화할 우려가 크다. 신사업에 대한 투자 감소로 기업 가치가 떨어지고 최악에는 유동성 악화로 부도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일례로 석유화학 산업 호황기인 2017년 조 단위 연간 영업이익을 내던 여천NCC는 사내유보금을 모두 배당으로 소진해 최근 부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여천NCC는 양대 주주인 한화·DL그룹이 도의상 책임을 지고 자금 지원과 위기 해결에 나섰다. 반면 투기자본이 배당받은 돈을 위기에 처한 기업에 돌려준 사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황 교수는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 조선, 석유화학처럼 경기 변동성이 큰 산업 비중이 높다"며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업황이 좋지 않을 때도 배당 압력이 커질 수 있고 장기 투자 여력이 위축될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투기자본이 하나의 기업을 압박하는 스워밍 현상이 늘어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복수의 투기자본이 각각 다른 의제를 앞세워 기업을 압박하면 경영진 의사결정이 기업 경영보다 이사회에 진입한 투기자본 대응에 집중되고 각종 송사에 휘말리며 기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스워밍으로 인해 기업 경쟁력이 약화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세일즈포스와 월트디즈니 등을 꼽을 수 있다. 세일즈포스는 지난 2023년 엘리엇을 포함한 6개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받았고 이로 인해 생성 인공지능(AI) 관련 투자를 위한 의사결정이 지연되어 오라클, 팔란티어 등과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월트디즈니도 트라이언파트너스 등 3개 펀드가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ESPN 분사 등을 요구했다. 주주총회 위임장 경쟁 등을 거쳐 기존 경영진이 간신히 승리했지만 투자 결정 지연 등으로 인해 넷플릭스와 경쟁에서 만회하기 힘든 타격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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