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한국과 미국의 무역협상이 마무리되는 느낌이다. 아직 불확실한 것이 많지만 다른 나라들과 미국이 무역협상을 타결하면서 드러나는 몇 가지 공통점을 보면 한·미 간 무역협정도 그 틀 안에서 크게 벗어나 보이지 않는다.
첫째는 상호관세율이 영국 10%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인 15%로 확정되었다는 점이다.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대부분 19% 혹은 20%를 부과받은 것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상호관세율을 적용받았다. 둘째로는 미국산 상품에 대한 수입관세율이 0%로 사실상 미국 제품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제공했다. 셋째로 미국 에너지 상품 수입을 대폭 늘리기로 합의했다. EU는 7500억 달러 상당의 미국 에너지 수입을 약속했는데 우리는 1000억 달러의 미국산 LNG를 들여오기로 합의했다. 넷째로 미국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기로 약속했다. EU가 6500억 달러, 일본이 5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약속했듯이 한국은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중 1500억 달러는 미국의 조선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MASGA 프로젝트에 투입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농산물에 대한 수입제한 혹은 금지 등 비관세장벽이 해제될지 여부가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고 또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추진될지도 투명하게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내용만으로도 한국과 미국의 무역협정이 한국 경제에 끼칠 영향을 분석하기에는 충분하다.
한국의 대미 수출은 얼마나 줄어들 것인가?
2024년 연간 한국의 대미 수출은 약 1300억 달러였다. 미국의 상호관세율 15%가 적용될 경우 대미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①수출품의 미국 내 가격이 얼마나 올라가는가(전가율)와 ②가격탄력성에 의해 결정된다. 미국의 수입상이 상호관세율 15%를 그대로 판매가격에 전가하면(전가율 100%) 가격은 15% 오르게 된다. 만약 수입상들이 마진을 줄이면 판매가격이 덜 올라가게 되고 전가율은 1보다 낮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품들은 현대차, 삼성전자 등과 같이 대기업 유통망을 통하여 직접 미국 시장에 공급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상호관세에 따른 가격 상승분을 수출기업이 일부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 중소기업 제품의 경우에는 직접 판매보다는 대부분 미국 수입업체의 주문을 통해 수출되므로 관세 부담은 수입업자가 지게 될 것이고 수입업자들을 관세 부담을 거의 판매가격에 전가할 것이다(전가율 100%). 만약 수입업자가 우리나라 중소 수출기업에 가격을 낮춰 달라는 요구를 하는 경우라면 전가율은 100%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15% 상호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품의 미국 내 가격은 전가율이 100%라고 가정하여 15% 오른다고 가정하자.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국가안보관세는 50%이고 향후 반도체 제품이나 의약품에 대해서도 국가안보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어 이들 제품의 미국 내 가격은 국가안보관세율 만큼 높아진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상호관세율(15%)과 국가안보관세세율(50%)에 따라서 우리나라 수출제품의 미국 내 가격은 평균적으로 최소한 15% 이상 오른다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 수출품의 미국 내 가격이 15% 이상 오르는 경우 수출물량이 줄어드는 폭은 가격탄력성에 따라 결정된다. 만약 탄력성이 1이라면 수출물량도 15% 줄어들고 탄력성이 2라면 수출물량은 30% 줄어든다. 화장품이나 일반 소비제품의 경우에는 탄력성이 1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도체 혹은 기계제품의 경우에는 1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편의상 탄력성을 1로 보고 추산해보면 대미 무역협정에 따른 평균 관세율이 15% 정도 오른다고 볼 때 대미 수출 물량은 15% 정도 줄어들고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95억 달러(1300억 달러×15%)가 된다. 따라서 대미 수출은 연간 약 200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의 대미 수입은 얼마나 늘어날 것인가?
한국이 미국산 제품에 대해 수입관세를 0%로 적용하면 대미 수입이 늘어날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동안 한·미 FTA로 사실상 0% 관세가 적용되어 왔기 때문에 대미 수입의 증가 폭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한·미 FTA가 체결(2007년 4월)·비준(2011년 11월)·발효(2012년 1월)된 이후 작년까지 한국의 대미 수출이 585억 달러에서 1276억 달러로 2.2배 늘어나는 동안 대미 수입은 433억 달러에서 721억 달러로 12년 동안 1.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결국 이번 협상에서 대미 농수축산물에 대한 비관세장벽이 얼마나 새로 철폐되느냐에 따라 대미 수입 증가 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약속한 대미 LNG 수입 1000억 달러가 어떤 연도별 스케줄에 따라 도입될 것인지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참고로 2024년 천연가스 수입금액은 293억 달러였는데 그중 대미 수입은 30억9000만 달러로 10.5%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이 부분이 세 배로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증가 금액은 60억 달러 안팎에 불과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미 무역협정에 따라 늘어날 대미 수입은 일반 무관세 상품의 수입 증가와 농수축산물 수입 증가, 천연가스 수입 증가를 다 포함하더라도 100억 달러 이상 늘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대미 흑자 감소와 경제성장 둔화에 미치는 효과
한·미 무역협정으로 연간 대미 수출이 200억 달러 줄어들고 수입이 약 100억 달러 늘어난다면 대미 교역 규모는 2000억 달러에서 1700억 달러로 약 300억 달러 줄어들며 대미 흑자는 560억 달러에서 260억 달러로 약 300억 달러 악화될 것이다. 이 경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수출 감소 부문에서 0.06%포인트 하락하고 수입 증가 부문에서 0.01% 하락하여 합계 0.07%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계할 수 있다. 지난 20여 년을 보면 교역 규모가 크게 감소한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2009년(경제성장률 0.8%)에 1742억 달러, 2015년(경제성장률 2.9%)에 1747억 달러 감소하였고 2016년(경제성장률 3.2%)에도 585억 달러 감소하였다. 교역 규모가 전년에 비해 1700억 달러나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이 크게 낮아지지 않은 것은 내수부문이 탄탄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한·미 무역협정으로 대미 수출이 200억 달러 정도 감소하고 대미 수입이 100억 달러 증가하여 교역 규모가 300억 달러 감축된다 하더라도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효과는 0.1%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미국의 관세전쟁이 전 세계적으로 파급되어 세계교역이 둔화되는 효과까지 감안한다면 그보다 더 클 수도 있겠지만 이런 2차 효과도 생각보다 크지 않으리라 판단된다. 정부는 한·미 무역협정에 대한 불필요한 피해심리와 공포심리, 즉 포비아에서 벗어나야 한다. 열 것은 열고 줄 것은 주면서 우리가 얻을 이익을 극대화하는 담대한 전략에 올인 해야 한다. 한국은 대외 충격에 생각보다 강한 나라다.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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