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최대 증시 급락이었던 '8·5 쇼크'가 있은 지 꼭 1년이다. 지난 1년간 국내 주식시장은 반등에는 성공했지만 정책 불확실성과 구조적 과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신정부의 증시 부양책과 제도 개편 기대감이 지수 상승을 견인했지만 최근 세제 개편안에 대한 실망감 등으로 다시 조정 우려가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는 "체질 개선은 아직 진행 중"이라며 정책 리스크 해소가 향후 증시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라고 진단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5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8.77% 하락한 2441.55로 마감했다. 당시 일본 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글로벌 자산에 투자한 것에 대한 되돌림)' 여파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돼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선 시가총액 약 235조원이 증발했다.
증시는 소폭 회복세를 보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지수 2300선까지 곤두박질쳤다. 금융당국은 유동성 공급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와 40조원의 채권시장안정펀드 가동 태세를 준비했다. 특히 증안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이었다.
이후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주가 변동성을 줄이는 순기능을 가진 공매도도 1년 5개월 만에 재개됐다. 상장 주식 전 종목에 대해 허용된 것은 무려 5년 만이다.
지수는 지난 6월 신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반등 흐름을 탔다. 외국인 순매수가 본격화되면서 유가증권시장 기준 두 달 간 10조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됐다. 특히 7월 한달 동안 6조281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지난해 2월(7조8580억원) 이후 가장 많은 금액으로 집계됐다.
증권가는 제도 개편이 수급 개선의 배경이 됐다고 평가한다. 상법 개정안 등 자본시장 제도 개편이 논의되면서 외국인 투자자 중심으로 국내 증시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됐다는 분석이다.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 충돌을 완화하는 제도적 움직임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이전까지는 기대감만 존재했던 증시 정책이 6월을 기점으로 실제 입법과 실행 단계로 옮겨졌고 그 과정에서 증시 체질이 일부 바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반등세는 최근 다시 주춤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세제 개편안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 탓이다. 정부는 대주주 요건 기준을 기존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증권거래세율을 0.20%로 높이며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를 도입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세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자사주 소각과 관련된 후속 대책 역시 당초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시장의 정책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6월부터 증시가 반등한 것은 상법 개정, 자본시장 효율화 등 제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며 "그러나 최근 세제 개편안 발표와 자사주 정책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정책 신뢰를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 방향성을 가를 핵심 변수는 결국 정책의 '실행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 본부장은 "시장에서는 자본시장의 효율화, 산업이나 경제 정책 등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 남은 자본시장 선진화에 대한 내용들이 실질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들이 나와야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일각에선 단기 상승분에 대한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책 실망감에 대한 대응이 미비할 경우 코스피가 단기적으로 2700선까지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정책 신뢰와 기업 실적 개선이 동시에 작동해야 의미 있는 상승이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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