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CE 산업(기업회의·포상관광·국제회의·전시)은 고부가가치 인적 네트워크 산업으로, 과거에는 대규모 컨벤션센터와 특급 호텔이 필요한 대도시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자연과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지역만의 자원을 기반으로 한 소규모·체류형 MICE는 지역 재생과 경제 활성화에 열쇠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전통 한옥 대청마루에 20~30명이 둘러앉아 회의를 하고,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준비한 지역의 제철 식재료로 식사를 한 뒤 별빛 아래 막걸리와 국악으로 뒤풀이를 한다면 어떨까? 이는 참가자에게는 가장 ‘한국적인’ 경험이 되고, 지역에는 소득과 활력을 동시에 안겨준다. 이것은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문화가 살아 있는 지역 공간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골형 MICE’는 단순한 회의 유치가 아니라 지역을 무대로 한 창의적인 산업이다. 지역의 문화회관, 연수원, 전통 가옥, 유적지 등 기존 자원을 활용하고 행사 인력과 운영은 주민이 주도함으로써 지역 전체가 MICE 주체가 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수익을 넘어 청년 귀촌, 마을 창업, 공동체 회복으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선순환을 가능하게 한다.
MICE는 콘텐츠 산업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장소’보다 ‘이야기’이며, 하드웨어보다 사람과 감동이다.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자산이야말로 세계 어디에도 없는 글로컬 경쟁력이다. 청년이 떠나는 지역을 문화와 사람으로 채우는 방식, 그것이 바로 ‘시골형 MICE’가 가진 근본적 가치다.
이제는 대도시를 따라가기보다 지역 고유의 색과 이야기를 담은 MICE로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한다. 행사를 위해 누군가를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그 행사를 통해 지역 주민과 외부 방문자가 연결되고, 지속적인 관계망이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인구소멸 위기를 넘어 지역은 관광 목적지가 되고 일자리를 만들어 살고 싶은 곳, 돌아오고 싶은 곳, 함께하고 싶은 곳이 될 수 있다.
‘우리 것’의 힘을 믿고, 그것을 현대적으로 되살려내는 것을 실천할 때 시골형 MICE는 회의산업을 넘어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무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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