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실수요자 반발에 한 발 물러선 금융당국...규제 불씨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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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1-10-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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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시중 은행 앞에 전세자금대출 상담 전용 창구 안내문이 걸려 있다. 금융위원회의 가계대출 추가대책에 전세 대출이 포함되는지 우려가 커진 가운데 이날 고승범 금융위 위원장은 "연말까지 전세대출 그리고 집단대출의 경우에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부채 관리 움직임 속 중단 위기에 놓였던 전세대출 숨통이 일단 트이게 됐다. 당국이 실수요자가 대부분인 전세대출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전세대출로 인해 증가율 목표치를 초과한 가계대출에 대해 용인하는 등 관리를 일부 완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국의 오락가락식 규제와 조만간 발표될 추가 대출규제를 둘러싼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 대출 중단에 실수요자 멘붕…금융당국 뒤늦게 “전세대출 중단 없다” 언급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실수요자가 이용하는 전세대출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4분기 중 전세대출의 한도와 총량을 관리하는 데 유연하게 대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세대출 증가로 인해 (총량이) 6%대 이상으로 증가하더라도 용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도 대출규제발 시장 혼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서민 실수요자 대상 전세대출과 잔금 대출이 일선 은행 지점 등에서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금융당국은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정책금융기관장과의 간담회 직후인 지난달 28일까지만 하더라도 가계부채 급증 속 전세대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내비쳤다. 그는 “전세대출은 실수요자 대출인 만큼 세밀하게 봐야 하는 측면이 있지만, 금리나 대출 조건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향후 발표될 대출규제와 관련해)그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관련 입장은 보름여 만에 뒤집혔다. 전세대출 중단으로 인한 실수요자의 불만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관리 차원에서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6%를 넘지 못하도록 하면서 개별 금융사의 신규 대출 중단과 대출 한도 축소 등이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실제 지난 8월 NH농협은행의 전세대출 및 주택담보대출 전면 중단을 시작으로 카카오뱅크(고신용자 신용대출)와 토스뱅크(신규 가계대출) 등 인터넷은행들도 일부 대출을 중단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지점별로 대출 한도를 배정해 이를 초과할 경우 사실상 대출이 쉽지 않게 됐다. 당국이 ‘타 은행들의 대출 여력이 충분한 만큼 대출 중단 확산은 없을 것’이라며 시장 달래기에 나서왔으나 이같은 발언이 무색하게 대출 중단 및 축소 도미노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치솟는 전세금을 구하지 못해 월세나 반전세로 눈을 돌리는 이른바 ‘월세난민’이 등장하는 등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자신을 경기 외곽에 사는 30대 아이엄마라고 밝힌 한 여성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전셋값이 2억원 이상 올랐고 집주인은 실거주 명목으로 재계약을 거부한 상태에서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를 고려해 지금과 같은 아파트를 알아보고 계약했는데 하필 규제와 (전세) 재계약 시기가 겹치는 바람에 대출이 안 나와 계약금을 날리게 생겼다”며 전세대출 규제 재고를 요청했다.

 

한편 금융당국의 이번 대출총량 규제 기조 변화에 따라 시중은행에는 7조~8조원 가량의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들도 달라진 기준에 따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잠정 중단된 전세대출을 18일부터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이달부터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에 적용해 온 5000억원 한도 제한을 풀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실수요자에 한해 전세대출 한도를 추가로 배정할 계획이다. 

 

◆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려준다”…DSR에 전세대출 포함·증액 한도 제한 '유력'

 

금융당국이 전세자금대출을 가계부채 총량관리에서 제외함에 따라 연말까지 대출 중단위기는 일단 해소된 상태이나 이달 중에 발표될 가계부채 관리 보완대책에 담길 전세대출 방안에 대한 논의에 대한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우선 당국이 이번 대책의 핵심으로 '상환능력에 따른 대출규제'를 일관되게 언급하고 있는 만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확대가 유력하게 언급되고 있다. DSR 규제는 대출자의 연평균 원리금의 합계를 연 소득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로, 현재 전세대출은 차주단위(개인별) DSR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만약 DSR 규제에 전세대출이 반영될 경우 전세대출자의 추가 대출이 사실상 차단될 수 있다.  

 

고 위원장은 전세대출에는 DSR 규제를 적용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앞으로 발표될 가계부채 보완대책에 포함될 것"이라며 "전세대출 등 대출 관리를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들이 포괄적으로 들어간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 7월부터 시행된 DSR 규제를 조기에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개인별 DSR 40%' 규제 적용 대상은 ▲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의 시가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이다. 내년 7월부터는 총대출액 2억원을 초과할 때로, 1년 후에는 총대출액 1억원을 초과할 때로 순차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전세대출 갱신 시 대출 한도에 대한 범위도 증액분 수준에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최근 시중은행 여신 담당 실무자들과 만나 전세대출 재개와 관련한 후속 조치안을 논의한 결과 전세대출 가수요를 막기 위해 국민은행 방식을 채택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테면 3억원 수준의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5억원으로 늘어났다고 가정할 경우 증가분인 2억원에 대해서만 추가 대출을 해주는 방식이다. 
이같은 방식은 실수요자 대출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서도 가계대출 관리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나은행, 농협은행 등이 추가 적용에 나선 상태다. 이어 여타 은행들도 그대로 적용할 여지가 높아진 것이다. 

 

금융권 측은 "현재는 증액규모와 관계없이 전세보증금의 최대 80%까지 대출이 가능한 만큼 자금 여력이 있으면서도 실제 필요분보다 과도하게 전세대출을 받아 주식이나 갭투자 등에 악용하는 투기수요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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