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학술회의①]사드, 여전히 ‘뜨거운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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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기자
입력 2017-11-3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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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학술회의 '전환기의 한·중 관계'

  • 중국측 참석자들 '3不 이행' 강조

  • 한국측 "한국정부 압박은 역효과"

  • 평창올림픽 긴장완화 활용 주장도

한·중 관계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국 이후의 한·중 관계를 전망해보기 위한 열띤 토론의 장이 열렸다.
 

아주대학교 중국정책연구소가 주최하고 외교부와 한국해양과학기술연구원이 후원한 ‘제4회 한·중 정책학술회의’가 지난 23일 아주대 다산관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사진=아주대학교 제공]



아주대학교 중국정책연구소가 주최하고 외교부와 한국해양과학기술연구원이 후원한 ‘제4회 한·중 정책학술회의’가 지난 23일 아주대 다산관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번 학술회의는 ‘전환기의 한·중 관계’라는 주제로 △북핵 위기에 직면한 한반도 상황과 한·중의 관계 △트럼프-시진핑 사이 미·중 관계의 향배 △환황해 지역 한·중 협력방안 모색과 그 의의 △평가와 제언 등 4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토론의 주제는 북한 핵과 사드 문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봉합’돼 가고 있는 줄 알았던 사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였다.

중국 측 참석자들은 입이라도 맞춘 듯 일관되게 ‘사드 공세’를 펼쳤다. 공세의 핵심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국 국회에서 국회의원의 질문에 대해 말하면서 언급한 ‘3불 입장’에 대한 집요한 약속 이행 촉구였다. 강 장관이 언급한 3불은 사드 추가 배치 금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배제, 한·미·일 군사 동맹 추진하지 않기를 말한다.

장퉈성(張沱生) 중국 국제전략연구기금회 학술위원회 주임은 “미국이 사드 배치의 주역이지만 한국 역시 주요 당사국”라고 지적한 뒤 “한국은 최근에 사드 문제에 대해 약속한 것을 행동으로 옮겨야만 양국 관계는 비로소 건전한 발전 궤도로 복귀할 수 있다”며 3불 약속 이행을 강조했다.

션딩리(沈丁立) 중국 푸단(復旦)대 교수 겸 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도 “한국은 3불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이것은 양보할 수 없는 문제인데 (3불 약속 이행을) 어떻게 강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강력한 어조로 말했다.

션 교수는 또 “한국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 주권을 무한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과도한 주권 행사를 자제해야 하며, 중국이 양보 했으니 한국도 양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션 교수는 방청석에서 ‘전시작전권 환수’와 관련된 질문을 하자 “이것은 주권 문제이며, (한국이)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비극”이라고 말했다.

이런 션 교수의 발언과 관련, 사회를 맡은 윤영관 서울대 교수(전 외교부 장관)는 “어떤 문제에는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라고 하고, 다른 문제에는 주권 행사를 자제하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중국이 신흥대국으로서 주변국을 다루는 방법을 보면서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실망하고 상처받았으며, 중국은 책임 있는 국제사회 지도국으로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에도 왕둥(王棟) 북경대 중미인문교류연구소 부주임이 “한국이 3불 약속을 이행하는 것은 양국 관계회복에 매우 중요한 일이며, 양국 관계자들이 만난 김에 3불 약속을 재차 언급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는 등 중국 참석자들의 ‘3불 이행’ 촉구 발언이 계속되자 몇 차례 분위기가 경직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의 이런 태도에 대해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중 양국은 서로에 대해 신뢰 구축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은 3불 입장 표명을 지키는 것이 중국에 대한 신뢰 구축 조치이고, 중국도 한국에 보여줘야 할 신뢰 구축 조치가 있는데 그건 바로 지나치게 3불 이행을 강조하지 않은 것”이라고 중국 측의 집요한 태도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신 교수는 이어 “지난 10월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께서 언급한 것 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후에 리커창 총리, 왕이 외교부장이 계속해서 3불 이행을 언급한 것은 한국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는 중국이 성의 있는 신뢰 구축 조치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정부를 계속해서 압박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중 협력방안 모색과 관련, 장퉈성 주임은 “북핵 문제와 북핵 위기는 근본적으로 미국과 북한이 서로 적대시하며 한반도가 분열되고 대립한 결과물”이라며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력 강화에 유리한 상황에 있는 만큼 양측은 기회를 포착해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조치들을 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량야빈(梁亞濱) 중국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원 부교수는 “핵무기는 북한이 강성대국을 건설하는데 유일한 버팀목이자 카드이며, 북한은 끊임없이 벼랑 끝 정책을 취하는 합리적인 국가”라고 북한을 진단했다.

이어 “중·한은 미국과 북한 간의 긴장상태를 완화하기 위해 쌍중단(雙暫停, 북한의 핵·미사일 일시중단과 한미 대규모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의 병행)을 추진하는 한편,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위기관리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등 최대한 압박 카드를 쓰고 있지만 북한은 언제든 미사일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압박 전략의 한계를 강조하고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희망사항이긴 하지만 시진핑 주석의 동계올림픽 참석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며 시 주석의 참석을 강력히 촉구했다.

김 교수는 또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국정연설을 통해 밝힌 ‘한반도 평화실현 5대 원칙(한반도 평화정착·한반도 비핵화·남북문제의 주도적 해결·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북한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임기 내내 지켜나갈 것”이라고 장담하며 “한국이 남북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한·중 협력방안으로 당분간 대북 제재와 압력 공동전선 유지, 기존 ‘레드 라인’ 강박 관념에서 탈피, 평창 올림픽 등 비정치적 교류 활용을 제안한다”며 “북한이라고 무한정 달릴 수 있는 폭주기관차가 아니며, 한·중은 핵개발과 관련된 북한의 셈법을 바꾸기 위한 공동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시진핑 시대의 중·미 관계의 향배와 관련, 션딩리 교수는 “잡 퍼스트(job first)와 통상만 외치는 미국은 리더십을 중국에 넘겨주고 있으며, 이렇게 엉망진창인 미국을 지금까지 본적이 없다”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난하고 “신형 대국인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으며, 다른 나라들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역설했다.

왕둥 부주임은 “사드 체계의 탐지레이더는 북한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반경을 훨씬 넘었고, 중국 동북부 지역에 대한 탐지능력은 중·미 간 전략적 균형을 심각히 훼손시켰다”며 “미국의 동북아 정책에는 매우 강렬한 대중 견제와 경계, 제약 등의 요소가 포함돼 있어 중·한 관계와 관련된 문제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자신의 대북 및 대중 정책을 한국의 대북 정책에 강제로 편입시킴으로써 한국으로 하여금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 전제한 후 “중·한·미 삼각관계를 더 합리적으로 구축하려면 미국은 동북아를 이용해 중국을 억제하려는 의도를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학술회의를 추진한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은 “미국과 일본이 주축이 돼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전략인 ‘일대일로 전략’과 ‘시진핑 사상에 입각한 새로운 국제관계 전략’의 추진비용을 대폭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며, 어느 전략이 승리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하고 “향후 미·중 관계는 상호 전략적 경쟁관계라는 구조적인 제약 속에서 어떻게 상호 관계를 관리하면서 공존과 협력의 규칙을 만들어 나갈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또 “미·중 관계는 문명사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으며, 알렉산더 대왕이 풀기 힘든 고르디우스 매듭을 칼로 단숨에 잘라 문제를 풀었던 것처럼 현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며 “지금의 한국이 한·미 동맹이라는 협력의 신화인 만큼 중국과도 협력의 신화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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