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애 칼럼] 차이나 맥싱 (Chinamaxxing)과 중국의 소프트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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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애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차이나맥싱은 ‘중국(China)’과 무언가를 극대화한다는 뜻의 속어 ‘맥싱(maxxing)’을 결합한 표현이다. 주로 젊은 세대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의 건강 문화와 생활 방식을 동경하고 이를 일상에서 실천하는 흐름을 가리킨다. 

이 현상은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서양에서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다. 연초 BBC는 특집을 통하여 젊은 세대는 '중국인처럼 사는 삶'을 즐기고 있고 이는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 음식을 찾고 차를 마시며 향을 피우는 행위, 중국의 질서 정연한 도시 환경을 즐기는 모습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틱톡과 같은 SNS에서 서양 젊은이들은 중국 한의학 상식을 주고받고, 중국 전통의상을 차려입고 중국 기공을 연습하고 있다. 최근 스타벅스와 경쟁하면서 세계인의 입맛을 공격하고 있는 중국 차지(Chagee) 밀크티 프랜차이즈의 놀라운 확장과 라부부 인형의 돌풍도 차이나맥싱 현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서양뿐 아니라 최근 한국에서도 차이나맥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저자가 일하는 역삼역 빌딩 로비에서 새로 오픈한 차지 점은 얼마 전만 해도 점심시간에는 주문하고 평균 1시간 이상 대기한 후 밀크티를 마실 수 있었다. 저자가 강의 나가는 이대 앞에는 마라탕집이 몇 년 새 눈에 띄게 늘었다. 전국적으로 봐도 중국 마라탕 프랜차이즈 업체 탕화쿵푸는 한국 내 매장 수를 2022년 327개, 2023년 423개, 2024년 494개로 매년 늘려 국내 외식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온라인 쇼핑은 알리익스프레스, 해외 여행은 상하이, 전기자동차는 BYD. 자연스럽게 중국이 한국인 일상에 젖어 들어오고 있다. 그간 반중 정서로 인해 중국 브랜드의 국내 진출에 대한 장벽이 높았지만 최근 몇 년 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분명한 듯하다. 중국 외식업체들이 홍대, 건대 등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가 위주로 매장을 늘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많은 언론과 지식층에서 미국 소프트파워의 하락과 중국 소프트파워의 상승을 지적하고 있다. 소프트파워는 강요가 아닌 매력에서 힘을 얻는다는 점에서 특정 생활 방식이 주목받기 시작하면 그 안에 담긴 태도와 분위기까지 함께 수용되는 흐름이 나타난다. 그 결과 과거 이국적이거나 낯설게 여겨지던 중국의 모습은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이미지로 재구성되는 양상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외교 정책에 따라 한국 등 동맹국에서 미국의 평판이 추락하는 가운데 중국의 모습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앞으로도 계속 확고 불변의 현상으로 자리 잡을지는 미지수다. 타계한 미국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Joseph Nye)는 1990년 군사력이나 경제력 같은 하드파워와 구별되는 ‘소프트파워(soft power)’ 개념을 정리해 소개했다. 매력적인 문화나 보편적인 가치 그리고 이타적인 대외 정책을 통해 타국인의 신뢰와 사랑을 얻는 힘을 뜻한다. 나이의 이 같은 성찰은 마침 구소련의 붕괴, 그리고 미국 소프트파워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와 궤를 같이했다. 발트해 연안국부터 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국가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며 미국식 가치를 따르게 되었고 미국 영화, 음악 등 대중문화는 전 세계인을 매료시켰다. 또한 대규모 해외 원조 및 개발 협력을 통해 이타적인 미국의 모습을 전 세계인의 마음에 각인시켰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 정책으로 인해 미국의 이미지가 많이 실추되었지만 여전히 미국은 상당한 소프트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부터 하버드까지로 묘사되는 문화의 힘, 막강한 뉴스 매체를 통한 정보력, 다국적 빅테크 기업들을 통한 기술력 장악을 통해 미국은 여전히 전 세계인의 일상 생활을 지배한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위상이 높아진다 해도 하루아침에 미국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중국 소프트파워의 가장 큰 장애물은 역시 중국의 일당 정치 체제 및 이로 인한 폐쇄성이다. 나름대로 다자주의를 주창하고 타국을 포용하는 듯해 보여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거친 공격성을 드러낸다. 

우리에게는 2016년 중국의 사드(THAAD) 사태 보복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다. 반 토막 난 중국 관광객, 불시에 굳게 닫힌 중국 대중문화 시장, 그리고 억울하게 쫓겨난 한국 기업 등 중국의 보복은 집요했다. 최근에 중국은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을 트집 잡아 무역 보복을 단행했다. 얼마 전까지도 중국의 늑대외교(Wolf Warrior) 외교 전술은 한국을 비롯한 여려 나라에서 외교 마찰을 불러일으켰다. 부드럽고 타협적인 것이 생명인 전형적인 외교관의 모습과 달리 중국의 외교관들은 전 세계에서 주재국 정부 및 국민들과 날 선 대립을 일삼았다.

그렇기 때문에 차이나맥싱이 중국의 진정한 소프트파워로 이어지려면 중국 당국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의 밀크티와 음식, 그리고 생활방식이 아무리 한국에서 인기를 끈다고 해도 그 한계는 명확히 드러나게 된다.

참고로 역삼역 차지점 대기시간은 예전 1시간에서 지금은 30분 정도로 줄었다.

▷전  CNN 서울지국장 ▷전 외교부 문화협력대사 ▷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국제방송) 사장 ▷전 대통령실 해외홍보 비서관 ▷전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전 뉴욕타임스 기자 ▷현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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